여야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에 합의한 지 35일 만에 다시 손을 맞잡았다. 이번에는 특별검사 추천 방식이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과 국민의힘의 국회 일정 불참으로 원 구성 협상은 교착됐고, 14일 선관위 국정조사특위에서도 공개 재검표 시기를 놓고 합의에 실패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대치 속에서 나온 드문 합의안인 셈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21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특검법안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만나 선관위 특검법을 7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각각 3명씩 추천해 6명으로 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특검 후보를 각각 3명씩 추천하면 국민추천위가 이들 가운데 2명을 여야 합의로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대통령은 최종 후보 2명 가운데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
이름은 '국민추천위'지만 일반 국민이 후보를 직접 추천하거나 투표하는 방식은 아니다. 여야가 추천한 위원들이 법조단체에서 올라온 후보를 심사하고, 최종 후보 2명도 양당이 모두 동의해야 대통령에게 올릴 수 있다. 어느 한쪽이라도 반대하면 후보 추천이 불가능한 구조다.
정점식 원내대표 설명에 따르면 후보 2명을 정하지 못하면 대한변협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재추천을 요청한다. 한쪽이 반대하는 후보의 임명을 막아 정치적 중립성을 높일 수 있지만, 여야가 계속 맞설 경우 재추천이 반복되면서 특검 출범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야당의 동의가 없는 특검 추천은 없다"며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특검 추천 절차는 충분히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적으로 야당 의사에 반하는 특검이 임명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절충안에는 양당의 양보가 함께 담겼다. 민주당은 당초 법조단체들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대통령이 특검을 고르는 방식을 제시했지만, 최종 후보 선정에 국민의힘의 동의를 받기로 했다. 국민의힘도 야당이 단독으로 후보 2명을 추천해야 한다는 요구에서 물러나 법조단체 추천 방식을 받아들였다.
다만 문제는 특검이 무엇을 수사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선관위뿐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실, 경찰청,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까지 폭넓게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투·개표 관리 부실과 선관위 내부 비위를 중심으로 수사하되 정치 공세를 위한 무제한적 확대에는 반대해왔다.
특검팀의 규모와 수사 기간도 후속 협상 대상으로 남았다. 여야는 각 당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7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번 합의는 '누가 특검을 고를지'에는 답했지만 '무엇을 어디까지 수사할지'에는 답하지 못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