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를 29억 원에 팔면서 매수인들을 채무자로 한 17억77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을 두고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기조와 배치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시가 25억 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최대 2억 원으로 제한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잔금 지급을 미뤄주는 '매도인 금융'을 활용한 셈이다. 이에 야당은 대통령이 사금융을 통한 규제 우회로를 직접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반면 청와대는 매수인의 사정에 따른 거래라며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19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갭투자는 투기라고 몰아붙이면서 대출을 철저히 규제하더니 본인은 외상으로 집을 판 것"이라며 집권여당의 당명을 '더불어근저당'으로 바꿔야 할 판이라고 비꼬았다.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공동 보유했던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아파트는 14일 29억 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고, 16일 매수인 2명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동시에 이 대통령 부부를 근저당권자로 한 채권최고액 17억7700만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매수인이 집값을 모두 지급하기 전에 소유권부터 넘겨받고, 이 대통령 부부는 나중에 받을 잔금을 아파트에 담보로 잡아둔 구조다. 돈이 직접 오간 대출은 아니지만 매도인이 집값 일부를 빌려준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까닭에 '매도인 금융'으로 불린다.
다만 채권최고액은 실제 미지급 잔금과 같은 액수가 아니라 원금과 이자, 지연배상금 등을 포함한 담보 한도다. 매매계약서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잔금과 이자 조건은 확인되지 않았다.
논란의 핵심은 매도인 금융을 활용하면 금융권 대출 규제를 비켜갈 수 있다는 데 있다. 29억 원짜리 아파트를 주담대만 이용해 사려면 나머지 27억 원을 사실상 자기 자금으로 마련해야 하지만, 매도인이 잔금 지급을 미뤄주면 당장 필요한 현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매도인 금융이 업계에 알려진 방식이지만 채권 회수 위험 때문에 일반적으로 잘 활용되지 않는다"며 "이런 방법이 있다는 걸 대통령이 만천하에 알려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건축 일정 때문에 불가피했더라도 기존 부동산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반면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정면승부'에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래 행위"라고 평가했다.
해당 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을 앞둔 가운데 매수인이 조합원 지위를 얻으려면 고시 전에 소유권을 넘겨받아야 했고, 기존 주택을 판 잔금은 오는 10월에 들어오는 상황이어서 근저당권으로 일시적인 자금 공백을 보완했다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잔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경매를 통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어 법적 안전장치도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전날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은 최근 시세보다 낮은 29억 원에 자택 매매를 완료했다"며 "1주택자로서 매각 의무는 없으나 부동산 정상화 정책의 실현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고 밝혔다.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위에 대해서는 "등기상 내용은 매수자의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