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4천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신용등급 방어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당장 부채비율을 낮춰 등급 하향 위기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3년 뒤 금리가 급등하는 스텝업 조항을 감수한 탓에 사실상 무거운 이자를 대가로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3년 동안 수익성을 회복하고 자체 상환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송 사장 체제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4천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신용등급 방어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사진은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가운데)이 2025년 10월23일 중대재해가 발생한 대구 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 전사경영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포스코이앤씨
7월21일 건설 및 신용평가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포스코이앤씨가 이자비용 부담이 큰 자본조달 수단을 동원하면서까지 신용등급 사수에 나선 것은 2025년 이후 급격히 훼손된 재무 구조를 단번에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포스코이앤씨는 7월20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 4천억 원을 사모 방식으로 발행했다. 확정된 표면금리(발행금리)는 연 6.35%다. 포스코이앤씨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두고 "재무건전성 강화가 발행 목적이며 조달한 자금은 채무상환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매우 길어 영구채라고도 불리는 채권이다. 돈을 빌리는 것이지만 회계상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때문에 부채비율을 개선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올해 1분기 포스코이앤씨의 연결 부채비율은 171.8%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자금조달을 통해 부채비율은 152%까지 감소한다. 9월 만기인 기업어음(CP) 2500억 원을 갚으면 부채비율은 140%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
부채비율 하락이 중요한 이유는 등급 안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모두 포스코이앤씨의 등급 하향 검토 기준선을 '연결 부채비율 150% 이상 또는 초과'로 정해놓고 있다. 부채비율이 150% 아래로 떨어지면 등급 하향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송 사장이 등급 방어를 최우선에 둔 배경에는 지난 1년간의 급격한 재무 악화가 있다. 2025년 포스코이앤씨는 451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안산선 붕괴 사고에 따른 공사 중단과 재시공 충당금, 폴란드 소각로 등 해외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지체상금, 대구 미분양 사업장의 공사미수금 대손상각비가 일시에 반영된 탓이다.
자본이 줄면서 사실상 빚이 없던 무차입 재무구조가 빌린 돈이 가진 현금보다 많은 순차입 구조로 바뀌었다. 6월 정기 신용평가에서 NICE신용평가는 "포스코이앤씨는 2024년 부채비율 118.1%, 순차입금의존도 –0.3%으로 실질적 무차입 구조였던 것에 비하면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건설사의 신용등급은 금리뿐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같은 도시정비사업에서의 수주 경쟁력도 좌우할 수 있다. 플랜트 부문 매출이 크게 줄면서 도시정비사업 의존도가 증가한 상황에서 송 사장에게 신용등급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후의 보루였던 셈이다.
문제는 신종자본증권이 이름만 자본이지 실제론 무거운 이자를 짊어져야 하는 고금리 차입에 가깝다는 것이다.
당장 연 6.35%의 이자를 물어야 하는 데다,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구조다. 이번 증권에는 발행 후 3년이 되는 시점에 회사가 원하면 미리 갚을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이 붙어 있다.
만약 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2029년 7월20일부터 기존 금리에 3.2%포인트가 더해지고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금리가 인상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가 뛰는 스텝업 조항이다.
건설업은 공사를 하고 돈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돼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3년 안에 조기상환에 실패하면 금융비용 폭탄을 맞을 위험이 생긴다는 얘기다.
다행히 포스코이앤씨의 실적 흐름은 나쁘지 않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33억 원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해 2025년 3개 분기 연속 적자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영업이익률도 3.2%로 1년 전 1.3%보다 개선됐다.
결국 포스코이앤씨는 스텝업 금리를 물지 않기 위해 남은 3년 안에 4천억 원을 자력으로 갚을 수 있는 실적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3년간의 성적표에 송 사장 체제의 성패와 포스코이앤씨 신용등급 향방이 달린 셈이다.
NICE신용평가는 6월 정기평가에서 중점 검토사항으로 "2025년 대규모 영업손실을 야기한 추가 원가 및 대손 반영 등의 비경상적 요인이 해소되고 양호한 채산성의 현장 비중 확대를 통해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이 실현되는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실적 개선에 더해 공사에 묶인 운전자금을 실제 현금으로 회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장기화되고 있는 지방 분양경기 부진은 공사미수금, 대여금 등 영업자산 회수를 통한 재무부담 완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ICE신용평가는 "포스코이앤씨의 실질적 공사미수금 회수 성과는 2027년 이후 순차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