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26)이 현존 최고 수준의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3번기 승리를 차지했다.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바둑 AI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와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3번기에서 승리했다. ⓒ연합뉴스
신진서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최종 제3국에서 카타고를 상대로 221수 만에 흑 11집반승을 거뒀다. 앞서 제1국에서 패했지만, 제2국과 제3국을 내리 따내며 최종 전적 2승1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이번 대결은 AI의 압도적인 기력을 고려해 신진서가 흑돌 두 점을 먼저 놓는 접바둑 방식으로 진행됐다. 동등한 조건에서 펼쳐진 승부는 아니었지만 의미는 작지 않다. 카타고는 그동안 프로기사들과의 2점 접바둑에서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종국에서 신진서는 카타고에 단 한 번도 승률 99%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완벽한 운영을 선보였다. 신진서는 생각시간 5시간과 30초 초읽기 1회를 받은 반면, 카타고는 모든 수를 20초 안에 둬야 하는 조건이었다. 흑을 잡은 신진서는 0.5집의 덤 부담까지 안고 승리를 만들어냈다.
우승 상금도 상당하다. 신진서는 판당 5천 만원의 대국료로 총 1억5천 만원을 받고, 두 차례 승리 수당 1억원을 더해 총 2억5천 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2승 이상 기록자에게 주어지는 부상으로 제네시스 G90도 받게 됐다.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바둑 AI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와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3번기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대국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당시 알파고는 인간 최고수가 AI 앞에서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인간 사고의 깊이를 보여주는 영역으로 여겨졌던 바둑마저 AI가 넘어설 수 있다는 신호탄이 됐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바둑계의 풍경은 달라졌다. AI는 더 이상 인간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적이 아니라, 최고의 연구 파트너이자 스승으로 자리 잡았다. 정상급 기사들은 AI가 제시하는 수와 승률을 분석하며 새로운 전략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신진서 역시 AI를 활용해 수읽기와 전략 연구를 이어온 대표적 기사로 꼽힌다. 이번 승리는 인간이 AI보다 강해졌다는 의미라기보다 AI 시대에 적응한 인간이 어떻게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결과에 가깝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인간과 AI의 첫 대결을 상징했다면, 신진서와 카타고의 승부는 인간과 AI가 함께 진화하는 시대의 새로운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