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른바 '판다 외교'에 이어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AI 외교'에 나서고 있다. 이들 국가에게 AI 기반 조기경보시스템인 '마쭈'를 제공할 뿐 아니라 AI기술 발전 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AI 기술은 미국의 폐쇄형과 달리 누구나 자유롭게 코드에 접속해 쓸 수 있는 '오픈 소스' 형태를 추구한다. 따라서 중국 모델은 미국 쪽보다 더 저렴한데, 여기에 기술력도 미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발도상국 쪽에선 큰 선물이 되는 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2026년 7월17일 중국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 사상가 포럼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2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개발도상국 30국에 AI 서비스를 저렴하게 보급하고 개발도상국과 협업을 약속하는 등 기술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시 주석은 17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 사상가 포럼에 참석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랍연맹, 아프리카연합(AU),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공동체(CLAC), 상하이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 국가들과 AI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AI 기술이 덜 발달된 국가들에게 5천 건의 AI 교육 및 세미나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30개국에 중국이 개발한 AI 기반 조기경보시스템인 '마쭈'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쭈 시스템은 이미 파키스탄과 지부티, 에티오피아, 요르단, 몽골, 솔로몬제도, 스리랑카 등 7개국에서 일상적 기상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공공 클라우드 버전은 글로벌 사우스 40개국에서 시험을 거쳤는데, 기상자료에 신속하게 접근 가능하다.
이를 두고 중국이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외교'에 발동을 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우호국을 상대로 '판다 외교'를 펼쳐왔는데 AI기술 제공이라는 또 하나의 선물을 마련한 셈이다.
판다 외교는 중국이 자국의 상징이지 멸종위기종인 대왕판다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에 임대하는 전략이다. 중국과 외교 관계가 우호적이면 새로운 판다가 파견되기도 하지만, 관계가 악화되면 판다의 대여 계약이 연장되지 않거나 반환되기도 한다.
판다 외교는 중국이 문화, 예술, 교육, 가치관을 통한 권력을 펼치는 '소프트 파워'의 좋은 예시다. 최근 시 주석의 개발도상국에 관한 AI 서비스 제공 발언을 보면, 중국은 '소프트 파워'를 떨치기 위해 '기술 외교'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AI 모델은 경쟁국인 미국보다 더 저렴하고 성능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자금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도입이 쉽다. 이에 AI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질서가 미국 독주 체제에서 미국-중국 경쟁 체제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언론 매체 NPR은 지난 17일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이 AI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더 이상 미국을 따라잡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중국의 오픈 소스 AI 모델은 폐쇄형인 미국산 AI 모델에 비해 저렴하고 기술도 뛰어나 전 세계,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20일 "중국 기업인 문샷AI의 최신 모델인 키미 K3가 일부 벤치마크에서 앤트로픽의 페이블 모델을 거의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다"며 "키미 K3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로 무료로 제공된다는 소식에 주말 내내 접속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앤트로픽, 오픈AI, 구글 같은 기업들은 유용하지만 값비싼 기술을 판매하여 공격적인 투자 비용을 회수하려 한다"며 "반면 중국은 이와 유사한 기술을 오픈 소스를 통해 무료로 제공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들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 소스 AI 모델 공개는 문샷만의 전략이 아니다. 지난 2024년 딥시크는 오픈AI와 성능이 비슷하고 수천억 원이 아닌 80억 원으로 개발한 자사 AI 모델을 오픈 소스로 공개해 미국 AI 기업과 증시에 충격을 줬다.
알리바바도 지난 19일 앤트로픽의 페이블과 비슷한 성능을 보인 최신 모델인 큐웬의 프리뷰 버전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오픈 소스로 공개될 예정이다.
중국이 채택한 AI 오픈 소스 모델 전략이 폐쇄형 모델보다 더 매력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현지시각으로 20일 "오픈AI의 딘 볼 전략 책임자가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 옛 트위터)에 오픈 소스 사용에 관한 규제를 늘려야 한다고 쓰자 전문가들이 대거 반박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벤처 투자가인 차마트 팔리하피티야는 "미래는 오픈 소스 모델에 있다"며 "미국 폐쇄형 모델은 1MM 토큰당 중국 오픈 소스 모델보다 50~100배 더 많은 비용을 내게끔 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시장에 재정적 어려움을 가져오고 세계에서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것이다"고 지적했다.
오픈 소스 AI 모델은 토큰 사용량에 따른 지속적인 과금 구조가 없고, 기업이 자체 인프라를 활용해 데이터 보안 및 통제 비용을 절감하며, 플랫폼 의존도를 낮춰 가격 변동 리스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폐쇄형 모델보다 더 저렴하다.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앤트로픽과 오픈AI는 폐쇄형 AI 모델을 통해 높은 수익을 얻고 있기 때문에 저렴한 오픈 소스 모델과 경쟁하고 싶어하지 않아서 규제를 외치고 있다"며 "미국의 AI 정책이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