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밈에서 시작한 ‘바퀴벌레 국민당(Cockroach Janta Party·CJP)’은 불과 몇 달 만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를 긴장시키는 정치적 실체로 떠올랐다. 2014년 집권한 모디 총리는 12년째 인도를 이끌며 장기 집권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인도 바퀴벌레 국민당(Cockroach Janta Party) 지지자들이 2026년 7월20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시험 문제 유출 사태와 관련해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의회로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작은 한 청년의 SNS 게시글이었다. 지난해 인도 대법원장이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기생충’과 ‘바퀴벌레’에 빗댄 발언이 논란이 되자, 30세 인도인 아비지트 딥케는 “모든 바퀴벌레가 뭉치면 어떻게 될까”라는 글을 올렸다. 사회에서 밀려난 존재로 취급받는 청년들의 현실을 풍자한 이 글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바퀴벌레 국민당 지지자들이 2026년 7월20일 인도 뉴델리에서 교육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국회 진입 행진을 시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딥케는 지난 5월 ‘체제에서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며 CJP를 출범시켰다. 창당 2주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200만 명을 넘어섰고, 모디 총리의 인도인민당(BJP)을 뛰어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SNS 계정을 차단했지만, CJP는 새 계정을 만들며 활동을 이어갔다.
의대 입시 유출이 인도 청년 분노에 불을 붙였다
바퀴벌레 국민당(Cockroach Janta Party) 지지자들이 2026년 7월20일(월) 인도 뉴델리에서 교육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의회로 향하던 중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CJP가 빠르게 세력을 확대한 배경에는 교육과 취업 문제에 대한 인도 청년들의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들이 집중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의혹이다. 인도 의대 입시는 매년 약 200만 명이 응시하지만 정원은 약 13만 명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인도에서 의대 입시는 극심한 경쟁 속에서 사회적 성공과 계층 이동의 기회로 여겨지는 만큼,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은 청년층의 공정성 불신을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CJP는 시험 유출 사태의 책임을 정부에 물으며,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거리로 나온 청년들, 2만 명 시위로 확산
CJP는 6월 초 뉴델리에서 교육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첫 시위를 열었고, 이후 대규모 집회로 확산됐다. 시위에는 인도 라다크 출신 교육운동가 소남 왕축도 참여했다.
왕축은 프라단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에 돌입했고, 단식 20일째 건강이 악화되자 델리 경찰은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왕축의 아내는 이를 “불법 감금”이라고 비판했다.
2026년 7월20일 인도 뉴델리에서 경찰이 시험 문제 유출 책임을 물어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의회로 향하던 바퀴벌레 국민당(Cockroach Janta Party) 지지자들을 해산하기 위해 곤봉을 휘두르고 있다. 이날은 인도 의회 몬순 회기 첫날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6년 7월20일 인도 뉴델리에서 바퀴벌레 국민당(Cockroach Janta Party) 지지자들이 시험 문제 유출 책임을 물어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의회로 행진하는 가운데, 한 시위 참가자가 최루가스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결국 지난 20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는 학생과 청년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참가자는 2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경찰은 국회 행진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인터넷을 차단했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부상자도 발생했다.
2026년 7월20일 인도 콜카타에서 한 여성이 시험 문제 유출 책임을 물어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바퀴벌레 국민당(Cockroach Janta Party)의 뉴델리 의회 행진에 연대하며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은 인도 의회 몬순 회기가 시작된 날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동안 대화를 거부해온 모디 정부는 이날 처음으로 CJP 측과 면담했다. 하지만 CJP는 요구사항을 전달했을 뿐 구체적인 약속은 받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CJP 창립자인 딥케는 “프라단 장관이 자리를 지키는 한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JP 역시 엑스를 통해 “이 평화로운 시위는 끝나지 않는다”며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026년 7월20일 인도 뉴델리에서 바퀴벌레 국민당(Cockroach Janta Party) 지지자들이 시험 문제 유출 사태와 관련해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의회로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때 조롱의 대상이었던 ‘바퀴벌레’라는 단어는 이제 인도 청년들에게 다른 의미가 됐다. 짓밟혀도 끝내 살아남고, 아무리 밀어내도 사라지지 않으며, 모이는 순간 힘을 발휘하는 존재가 됐다. CJP는 기성 정치에 등을 돌린 인도 청년들의 새로운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