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시절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와 대통령실 관저 이전 봐주기 감사 의혹의 중심에 섰던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구속됐다.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감사위원은 사무총장 재직 시절 자신을 따르는 감사원 내 인원들로 이른바 '타이거파'를 구축해 감사원을 사정 기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 온 인물이다. 유 감사위원은 전 정부에서 감사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팽개친 채 윤석열 정권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인물이다. 감사원 권력을 사유화하고 정치화한 인물이 드디어 몰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유병호 감사위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권창영 2차 종합특검은 14일 유 감사위원이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 관련 감사 과정에서 감사 결과를 축소·은폐하기 위해 감사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특검은 유 감사위원이 당시 공사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대면 조사를 서면 조사로 바꾸도록 지시하고, 김건희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무자격으로 공사 전반에 관여한 사실이 감사보고서에 드러나지 않도록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관저를 옛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각각 이전했다. 그러나 공사 업체 선정 과정과 공사비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참여연대 등이 2022년 10월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됐다.
감사원은 2024년 9월 감사 결과를 보고서로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일부 공무원의 법령 위반을 적발한 내용이 담겼지만 김건희씨와 친분이 있는 무면허 업체 21그램이 관저 공사를 맡은 경위 등은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특검은 구속된 유 감사위원을 상대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등 '윗선'의 관여 여부를 본격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유 감사위원은 관저 이전 부실 감사 논란 외에도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월성 원전 감사,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감사 등 문재인 정부와 관련된 사건을 감사하면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특히 2022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이었던 유 감사위원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감사원 감사와 관련된 사항을 문자로 직보한 정황이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유 감사위원이 이 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가 감사위원회 절차 없이 이뤄졌다는 언론 보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유 감사위원은 당시 국정감사장에서 "논란 거리를 제공해드려 송구스럽다"면서도 "그 소통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 감사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특검팀이 수사 기한 연장의 명분을 쌓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펼친다는 비판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4일 종료 예정인 특검팀의 수사 기한을 30일 연장하고, 파견 공무원 수를 20명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특검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두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개정안 반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