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맞아 연일 ‘재선거’를 주장하며 강성 보수층 결집에 나서고 있지만, 여론이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된 정점식 의원(왼쪽)이 장동혁 대표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장동혁 대표를 향한 국민의힘 안팎의 시선이 차가워지면서 장 대표가 버틸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원씨앤아이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지방선거 패배 책임이 장 대표에게 있다고 바라본 응답자 비율은 70.0%로 집계됐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 내부에서도 60%, 보수세가 강한 대구·경북(TK)에서는 74.0%에 달했다.
장 대표가 궁지에 몰린 셈인데, 당장 ‘장 대표 퇴진’ 요구가 거세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진행했는데, 정점식 의원이 결선투표에서 김도읍 의원을 7표 차로 꺾고 당선됐다.
김 의원이 당내 친한계와 개혁 성향 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인물인 반면, 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대표적 친윤계 핵심 인사이자 친장 당권파로 분류된 인물이다. 이에 당의 주류인 영남권 중진 의원들이 ‘단계적 수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다른 두 후보와 마찬가지로 당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장 대표 거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중진 의원들의 말씀도 소중히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일종의 집단 지도 체제를 구축해 당내 리더십 문제를 정리해 나가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당이 주류 중진 의원들은 당장 장동혁 체제가 무너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전당대회까지 치르게 된다면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도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장동혁 체제의 기반이 되고 있는 강성 당원의 거센 반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장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대여 투쟁에 집중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장 대표는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장 선거 사전투표에서 송도1동과 송도2동의 박찬대·유정복 후보 득표수가 완전히 일치했다"며 "그럴 확률은 5억9000만분의 1"이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에 자신의 사진이 담긴 개표소 시위 독려 광고를 게시했다. ⓒ엑스(X, 옛 트위터)
이어 광주·전남 통합시장 선거에서도 두 후보 간 득표수가 동일하게 나온 지역이 10곳 있었다며 "지구가 생겼다가 멸망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나기 힘든 우연"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른바 '부정선거론자'들이 주장해온 사전투표 폐지도 요구했다. 그는 "사전투표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며 "재선거부터 사전투표 없이 실시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 대한 당내 공격도 멈추지 않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절차상 하자가 당락을 바꿀 만한 중대한 위법이 아니면 재선거는 치를 수 없도록 돼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친한(친한동훈)계 김재섭 의원도 10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장 대표가 새삼 서울시장 선거를 가지고 지도부의 공으로 돌리기에는 대단히 궁색하고 민망한 일"이라며 "당내에는 장동혁 지도부, 특히 장 대표에 대한 불만이 꽉 차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대표는 그동안 ‘특검 반대 8일 단식투쟁’,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 등으로 당내 공격을 물리쳐왔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그에게 당권을 지키는 방패가 될지 주목된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2%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