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연임 도전이 유력시되던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이후 불거진 ‘지도부 책임론’과 당내 전방위적인 불출마 압박,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김민석 국무총리 밀어주기’ 기류가 가시화되면서 정 대표가 사면초가에 몰린 모양새다.
그러나 정 대표를 향한 민주당 권리당원의 지지세가 여전히 경쟁자보다 높다는 시각도 있어 정 대표가 연임 도전을 강행할 경우 민주당 전당대회는 격렬한 정면충돌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지방선거 이후 첫 공식 행보를 재개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당대회를 둘러싼 최고위원들의 신경전이 펼쳐졌다.
친석(친김민석)계로 분류되는 강득구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곳을 졌다고 하면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대통령의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지도부 모두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압도적으로 이겨야 할 이번 지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하고 실패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 게 당원에 대한 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친청(친정청래)계인 문정복 최고위원은 "비난과 비판을 하는 건 참 쉬운일"이라며 "침묵하는 이의 고뇌가 더 무겁다는 걸 국민과 당원들께서는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정 대표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이러한 신경전은 오는 8월17일에 열릴 예정인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가 실제 출마해 연임을 도전할 것인가를 두고 민주당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짐작케한다.
특히 전날 이 대통령의 G7 순방 공항 마중 행사에 정 대표가 불참한 것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성공'이 아니라고 규정한 게 정청래 대표를 향한 경고성 메시지였다는 해석이 맞물리면서 '정청래 불출마론'이 강하게 제기된다. 대통령의 기류가 확인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전날 정 대표를 향해 이 대통령의 의중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 대통령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10일 YTN라디오 뉴스명당에서 정 대표의 전당대회 불출마에 대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 대표 스스로 연임 의지를 내려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전 부원장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뜻도 밝혔다.
지방선거 이후 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내부의 흐름으로 볼 때 정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 대표의 연임 도전 자체가 이재명 대통령과 부딪히는 것으로 해석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이날 MBC라디오 뉴스바사삭에서 "(정 대표가 출마한다면) 유혈사태로 표현하는데 그 정도로 험한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며 "정 대표가 8월 전당대회에 출마를 못하고 접을 것이다. 대통령이 이 정도로 나오지 말라는 사인을 줬는데 굳이 나온다면 험한 꼴을 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반대로 정 대표가 당원들의 지지라는 무기를 기반으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시각도 만만찮다.
청와대와 민주당 상당수 의원들이 차기 당대표로 김민석 국무총리를 밀어주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이른바 '뉴이재명' 기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과 당원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거부감이 정 대표 연임 지지로 모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 대표는 '당원'들의 의사를 적극 수용하고 자신의 핵심 공약인 '당원주권주의' 정당을 실현하겠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놨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10일 페이스북에 적은 뒤 딴지일보 게시판에 올린 글. ⓒ정청래 페이스북 갈무리
정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무회의도 생중계하는데 의원총회도 생중계하라는 문자가 많다"며 "당원 뜻 받들어 의원총회 생중계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적은 뒤 딴지일보 게시판에 올렸다. '딴지일보'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정 대표를 지지하는 성향의 민주당원들이 많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다.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 대표는 추가발언을 통해 "저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께서 정치개혁 일환으로 만들었던 국회의원 후보 지역경선으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다"며 "보통 계파 보스, 낙하산에 의해 줄타기를 해서 공천받던 시대를 마감한 것이 노무현 시대 정치개혁이었다. 그것이 1인1표 당원주권 시대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송영길, 이건태 민주당 의원이 정 대표가 관철시킨 1인1표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반박한 것으로 읽힌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임에도 민주당 권리당원들의 정 대표 지지세가 높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한길리서치가 9일 발표한 민주당 권리당원들에게 차기 민주당 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정청래 대표가 40.2%의 지지를 얻어 김민석 국무총리(25.0%)와 송영길 의원(21.7%)보다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특히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등가성이 보장된 '1인1표제'가 최초로 적용되기 때문에 권리당원 표심이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에 출마함으로써 지방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책임에 대해 당원들의 판단을 받아보려 할 수 있다. 친청(친정청래)계 의원들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 등을 두고 정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9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솔직하게 아직까지 말씀은 정청래 대표께서 안 하셨지만 출마 의지는 가지고 계시지 않느냐"라며 "그러면 당원과 국민이 그 책임을 물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한길리서치가 폴리뉴스와 KNA25 의뢰로 지난 7일과 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62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RDD(임의전화걸기)·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7%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