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건축의 거장 안토니 가우디가 평생의 열정을 쏟아부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착공 144년 만에 마침내 외관 완공이라는 역사적 이정표에 도달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AFP=연합뉴스
가우디 서거 100주기인 10일(현지 시각)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중앙부를 장식하는 '예수 그리스도 탑' 준공식이 열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가우디 추모 미사를 집전한 뒤 예수 그리스도 탑을 축복할 예정이다. 준공식에는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 살바도르 이야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을 비롯해 교계·정계 인사와 시민 등 약 8천 명이 참석해 대역사의 완성을 함께 기념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지난 2월 예수 그리스도 탑 정상부에 거대한 십자가를 설치하며 높이 172.5m에 도달했다. 이로써 독일 울름 대성당(161.53m)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으로 이름을 올렸다. 건물 5층 높이에 무게만 100t에 달하는 이 십자가를 세우는 작업에는 수개월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가우디는 인간의 창조물이 자연을 넘어서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인간이 만든 건축물은 신의 창조물인 자연보다 높을 수 없다"는 그의 신념에 따라 성당의 높이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높은 언덕인 몬주익(173m)보다 낮게 설계됐다. 세계 최고 높이의 성당이면서도 자연 앞에서는 한 걸음 물러선 셈이다.
예수의 생애와 가톨릭 정신을 돌과 빛으로 형상화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오늘날 스페인을 대표하는 종교·문화 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순례객과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지난해 방문객 수는 490만 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입장료 수입은 1억3400만 유로(약 2300억 원)에 달했다. 한국인 방문객 역시 미국·중국·이탈리아·프랑스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1852년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태어난 가우디는 현대 건축사의 흐름을 바꾼 혁신가로 평가받는다. 자연에서 얻은 영감과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건축 언어를 구축한 그는 1870년대 후반 후원자 에우세비 구엘을 만나며 자신의 예술 세계를 꽃피웠다. 이후 파격적인 곡선과 유기적인 형태를 통해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고, 생애 마지막 수십 년은 오롯이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바쳤다.
오늘날에도 그의 건축 철학은 수많은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에게 창작의 원천이 되고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비롯해 카사 밀라, 구엘 공원 등 그의 대표작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며,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라 불릴 만큼 그가 남긴 흔적으로 가득하다.
최근에는 건축가를 넘어 종교적 인물로서도 재조명받고 있다. 가톨릭교회가 가우디에 대한 성인 추대 절차를 진행하면서 그의 신앙과 삶의 가치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