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은행권 과징금이 최초 산정액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확정됐다.
금융감독원은 당초 주요 은행 5곳에 약 4조 원의 과징금을 산정했지만, 여러 차례 심의와 법리 검토를 거치면서 최종 부과액은 3600억 원대로 줄었다.
금융위원회가 홍콩H지수 ELS 사태와 관련해 13개 금융사에 모두 3746억 원 규모의 제재안을 확정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4일 제19차 정례회의를 열고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위반한 7개 은행에 과징금 3619억6천만 원과 과태료 17억7800만 원을, 6개 증권사에는 과징금 92억8200만 원과 과태료 16억1200만 원을 부과하는 안을 최종 의결했다.
제재 규모로 보면 역대 최대 규모지만, 최초 산정액과 비교하면 제재 수위는 크게 낮아졌다.
대상 은행은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우리·수협은행, 대상 증권사는 한국투자·삼성·미래에셋·KB·신한·NH 등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과징금 1723억34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은 924억7500만 원, 농협은행은 401억7500만 원, 신한은행은 387억4500만 원을 부과받았다. SC제일은행은 179억 원, 우리은행은 3억3100만 원이다. 수협은행에는 과태료 4200만 원만 매겨졌다.
증권사 가운데서는 한국투자증권이 과징금 92억4500만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삼성증권에는 과태료 10억 원,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에는 각각 3억 원이 부과됐다.
이번 제재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최종 과징금이 결정되기까지 여러 차례 금액이 줄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 주요 은행 5곳의 과징금을 처음 약 4조 원으로 산정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약 2조 원으로 낮춰 사전 통보했고, 올해 2월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약 1조4천억 원으로 줄였다.
그러나 금융위가 5월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 등의 보완을 요구하면서 제재안은 금감원으로 돌아갔다. 금감원은 6월 재심의를 거쳐 과징금을 약 6천억 원으로 다시 낮췄다.
이번 최종 의결에서는 5개 은행에 부과된 과징금이 3616억2900만 원으로 확정됐다. 최초 산정액의 약 9% 수준이다.
감경 과정에서는 금소법 시행 초기 계도기간에 판매된 상품을 과징금 산정 대상에 포함할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금융당국은 해당 기간 판매분을 일부 제외하고, 은행들의 위반 동기와 방법에 대한 평가도 기존 '중'에서 '하'로 낮췄다. 은행들이 진행한 자율배상 노력도 감경 요인으로 고려됐다.
금전 제재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금융위가 확인한 주요 위반 행위는 설명의무와 적합성원칙 위반이다.
일부 은행은 H지수 ELS를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을 판매하면서 상품의 손실 위험을 보여주는 수익률 모의실험(백테스트) 결과를 누락하거나 기초자산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일부 은행은 고객의 재산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투자자성향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고위험 상품을 권유했다. 증권사에서도 위험등급 관련 유의사항 누락과 부당권유금지 위반 등이 확인됐다.
금융위는 이번 결정이 다수 금융소비자와 주요 금융기관이 관련된 첫 대규모 금소법 위반 제재 사례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앞으로도 불완전판매에 엄중하게 대응하는 한편 2027년 1분기부터 투자성 상품 설명 가이드라인을 시행할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