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이 경남 창원에 초고압차단기 신공장을 준공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사무기술직 노동조합(노조)이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는 효성중공업 출범 이후 첫 파업이다.
효성중공업은 생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무기술직 노조는 이를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조현준 효성중공업 회장(사진)이 노사 갈등에 직면했다. 배경은 효성중공업 창원 공장 전경.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4일 전력기기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 사무기술직 노조는 이날부터 6일까지 72시간 파업을 진행한다. 효성중공업이 2018년 출범한 뒤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무기술직 노조는 6월 출범한 지 약 5개월 만에 첫 파업에 들어갔다. 4일 기준 조합원은 1477명이며, 이 가운데 1088명이 창원에서 근무한다. 효성중공업은 국내에서는 창원에만 공장을 두고 있다.
노사는 8월21일 첫 교섭을 시작해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 기준 등 핵심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실적 개선에 걸맞은 임금과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다.
효성중공업의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7470억 원으로 2024년보다 106.1% 뛰었다. 2026년 상반기에도 연결 영업이익 416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6.2% 급증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 같은 실적 성장이 임금과 성과급 등 직원 보상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기본급 연간 10% 인상과 생산성 향상 인센티브(PI) 도입, 성과급 지급 기준 마련, 직군 간 복리후생 격차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효성중공업은 노조의 교섭 결렬 선언과 파업 결정에 유감을 나타냈다. 회사 측은 6차례 교섭과 별도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단체협약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예정된 임금안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교섭 결렬과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강행했다고 반박했다.
효성중공업은 이번 파업이 사무기술직 노조 차원의 쟁의행위로 생산현장 기능직 근로자는 대상이 아닌 만큼 창원 공장 전체의 가동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이번 파업으로 약간의 생산 차질도 생기지 않는지 묻는 질문에 "오늘이 파업 첫날이라 시간이 지나 봐야 (생산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정상적 생산활동과 고객 대응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효성중공업 사무기술직 노조 관계자 역시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약 1400명 정도가 (파업으로 근무에서) 빠졌는데 생산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다. 노조는 이번 72시간 경고 파업 이후에도 회사가 전향적 교섭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파업 수위를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반면 회사 측은 원칙 없는 양보나 파업 압박에 따른 일방적 요구 수용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대립이 단기간에 해소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노사 갈등은 효성중공업이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불거졌다.
효성중공업은 10월16일 창원에 1만8996㎡(약 5746평) 규모의 초고압차단기 신공장을 준공했다. 이 공장은 420킬로볼트(kV)·550kV·800kV급 수출용 초고압차단기를 전담 생산한다.
신공장 가동으로 효성중공업 창원 공장의 420kV 이상 초고압차단기 생산능력은 기존보다 2배가량 늘었다. 효성중공업은 기존 차단기 공장을 내수용 중심으로 재편하고 신공장에서 수출용 제품을 전담 생산하는 이원화 체계를 구축했다. 부품 생산부터 조립, 시험, 출하까지 한곳에서 수행하는 원스톱 생산체계를 갖춰 대규모 해외 수주에 대한 납기 대응력을 높인다는 전략도 세웠다.
이번 신공장 준공은 조현준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조 회장은 평소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은 글로벌 전력망의 과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선제적 공급망 투자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글로벌 고객의 AI 병목을 해결하는 핵심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실제 사업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의 3분기 연결 기준 중공업 부문 신규 수주는 3조23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다. 3분기 말 수주잔고는 약 18조9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3% 늘었다.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 확보한 일감이 늘어난 만큼 생산능력 확대와 안정적 납기 대응의 중요성도 커진 상황이다.
결국 효성중공업으로서는 늘어난 수주를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기 위해 생산설비뿐 아니라 내부 조직의 안정성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