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룡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내놓을 것으로 기대됐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를 내년으로 미루면서 시장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미국 제철소 투자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주주환원 정책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국거래소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주주 요구에 답해야 할 필요성은 한층 커졌다.
다만 미국 투자가 본격화하는 시기와 겹치는 만큼 환원 규모를 단번에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보룡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내놓을 것으로 기대됐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를 내년으로 미루면서 시장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월6일(현지시각) 이 사장(오른쪽)이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착공을 앞두고 관련 트레이닝센터 착공식에서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를 만난 모습. ⓒ루이지애나 리버 패리시 커뮤니티 칼리지(RPCC) 링크드인 갈무리
11월4일 철강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이 최근 밸류업 계획 발표를 미룬 데 이어 저PBR 기업으로 지정되면서 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광평 현대제철 기획재경본부장(CFO) 부사장은 10월30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업 밸류업 정책을) 이번 4분기를 목표로 조정하고 있었지만 1~2분기 정도 지연될 것 같다"며 "현재 국내 철강업황이 침체된 상황으로 정책을 발표할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판단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올해 8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는 하반기에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일정을 내년 이후로 늦춘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11월2일 보고서에서 "철강 업황 개선을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추가적인 주가 부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바라봤다.
강민아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31일 보고서에서 4분기 실적 개선을 예상하면서도 "밸류업 공시가 지연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현대제철의 주주환원 계획 발표는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미뤄졌다. 2024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해 안에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실적 발표 시점에서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을 들며 계획을 미뤘다.
그사이 주주의 몫은 꾸준히 줄었다. 현대제철 주당배당금은 2021~2023년 1천 원에서 2024년 750원, 2025년 500원으로 2년 연속 감소해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자사주도 6월 말 기준 190만46주로 2024년 상반기부터 그대로다.
밸류업 공시가 미뤄진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 소식마저 없자 주주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올해 3월 열린 '2026년 주주와의 소통' 행사에서 한 주주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묻자, 김 CFO는 "대규모 미래 성장 투자나 재무구조 안정화와 균형 있게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다.
현대제철이 주주환원 정책 발표를 미루는 공식적 이유는 6월 낸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도 명시돼 있다. 보고서에는 "향후 대규모 투자 집행에 따른 현금흐름 변동 가능성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주주환원 수준을 중장기적으로 수치화해 사전에 공표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대제철이 언급한 대규모 투자의 중심에는 미국 제철소가 있다. 현대제철은 2025년 12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자동차강판 특화 전기로 제철소에 14억6천만 달러(약 2조1522억 원)를 출자하기로 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7074억 원을 넣었다. 이 제철소는 2029년부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제철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간 설비투자 규모가 2조 원을 소폭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투자가 이어지는 동안 주주환원을 크게 늘리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은 미국 전기로 투자 계획을 감안할 때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바라봤다.
현대제철은 한국거래소가 11월1일 처음 공한 저PBR 기업 151곳에 PBR 0.19배인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거래소는 업종별로 최근 3년간 PBR이 코스피 하위 25%에 머문 기업을 추려냈다.
다만 철강업 전체가 시장에서 저평가 받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11월4일 기준 POSCO홀딩스의 PBR은 0.36배, 동국제강은 0.24배다. 다만 POSCO홀딩스와 세아베스틸지주는 2024년 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동국제강과 KG스틸도 10월 PBR 개선 계획을 냈다.
현대차그룹 안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대차그룹의 상장 계열사 12곳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계열사는 현대제철을 포함해 현대위아, 현대로템, 현대오토에버 등 4곳이다. 이 가운데 저PBR 기업 명단에 오른 곳은 현대제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