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인공지능 전환) 플랫폼 컴퍼니'라는 비전을 밀어붙이고 있는 박윤영 KT 대표이사 사장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해킹 사고의 청구서를 다시 마주하게 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KT의 해킹 은폐·이용자 기만 의혹에 관해 심의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박 사장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에 관한 대응 방침도 정해야 한다.
국감에서 부각된 문제는 모두 김영섭 전 사장 재임 때 벌어졌다. 하지만 박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고객 신뢰 회복'을 경영의 출발점으로 삼아 왔다. 남은 해킹 청구서에 어떤 원칙으로 대응할 것인지 결정하고 신뢰 회복 전략을 분명히 내놓는 것이 AX 비전 못지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AX(인공지능 전환) 플랫폼 컴퍼니'라는 비전을 밀어붙이고 있는 박윤영 KT 대표이사 사장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해킹 사고의 청구서를 다시 마주하게 됐다. 사진은 박 사장이 7월23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과기정통부-통신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10월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미통위는 KT의 해킹 은폐·이용자 기만 의혹에 관한 사실조사를 마치고 9월 KT에 시정조치안을 보냈다. 위원회 심의·의결 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핵심 쟁점은 KT가 해킹 사실을 숨긴 채 고객에게 안전성을 허위로 홍보했는지다.
정부 조사에서 KT는 2024년 악성코드 감염 사실을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10월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했다. 그런데도 KT가 지난해 7월 고객 브리핑에서 SK텔레콤 해킹에 쓰인 악성코드 'BPF도어'가 자사 서버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회사가 이미 침해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괜찮다는 취지로 고객에게 홍보했다면 이는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이용자를 기만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거짓으로 설명·고지하는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답하며 위법이 확인되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최대 3개월 신규 가입자 모집 금지 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필요한 사항이 확인된다면 입법상 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위는 7월29일 전체회의에서 펨토셀(초소형 기지국) 관리 부실로 개인정보 유출과 무단 소액결제 피해를 낳은 책임을 물어 KT에 과징금 539억7900만 원을 부과했다.
KT는 처분 직후 의결서를 받은 뒤 행정소송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결서는 9월 초 KT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소송법상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안에 내야 해 KT가 연말까지 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개인정보위 심의 과정에서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된 관련 매출 범위와 위반기간 산정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SK텔레콤은 해킹 사고로 부과받은 과징금 1347억9100만 원에 불복해, 제소 시한 하루 전인 1월19일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냈다.
소송 여부가 KT 실적을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반기보고서에서 과징금 전액을 상반기 재무제표의 기타비용으로 반영했다. 소송에 나서더라도 추가 비용 부담보다는 환급 가능성과 산정 기준을 다투는 성격이 짙은 셈이다.
박 사장은 3월31일 취임식 대신 경기 과천 KT 네트워크·보안 관제센터를 찾아 "어떠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철저하게 보안에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고객 신뢰 회복의 진정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발표한 조직개편의 목적으로도 '대내외 신뢰 회복'을 내세웠다. IT·네트워크 등에 흩어져 있던 보안 기능을 정보보안실로 통합하고, 금융결제원 출신 이상운 전무를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로 영입했다. 이후 개인정보보호 자문위원회와 정보보호 자문위원회를 차례로 꾸렸다. 7월 내놓은 18조 원 규모 투자 계획에는 3년간 정보보안·IT 구축에 4조 원을 배정했다.
9월28일에는 개인정보위가 연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 경영가치로 삼겠다는 공동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실적 면에서는 해킹 고객 보상에 따른 부담이 걷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T는 해킹 사고 이후 2월부터 6개월 동안 매월 데이터 100GB(기가바이트)를 추가로 주는 등 고객 보답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 여파로 2분기 무선 서비스 매출은 2025년 2분기보다 1.8% 줄었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15일 보고서에서 KT의 3분기 실적에 "7월까지 이어진 고객보상 프로그램에 따른 무선 수익성 저하와 판매비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바라봤다. 다만 "고객보상 프로그램의 영향도 4분기부터 소멸"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