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수사를 두고 공소청(전 검찰청)의 평가가 불과 이틀 만에 뒤집어졌다.
애초 사건을 수사했던 전주지방검찰청의 후신인 전주지방공소청의 이정렬 청장이 '절제된 수사'였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지만, 상급자인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오히려 '과도한 수사'였다고 밝혔다.
친문계 의원들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권 남용'을 강하게 비판한 직후, 이재명 정부의 검찰 수뇌부가 이에 동의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정치적 의미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공소청(전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소청 대상 국정감사(국감)에서 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수사를 두고 "뼈를 발라내는 수사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 잘못된 수사 행태에 대해 "많은 성찰과 반성, 깊이 있는 사과를 해야 개혁, 혁신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공소청은 지난 2일 출범했지만, 공소청법은 그 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수사팀이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어머니에게 검찰이 19차례 문자와 전화를 하고 목욕탕까지 찾아가 압박한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수사가 정상적이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문 전 대통령 딸의 이메일이 들어있을 가능성을 이유로 어린 손자의 태블릿PC를 압수하고, 참고인 신분인 김정숙 여사 의상실 디자이너의 딸을 출국금지한 점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수사 행태를 비판하며 검찰의 반성과 개혁을 촉구했다.
이정현 직무대행의 이날 답변은 불과 이틀 전 이정렬 전주지방공소청장이 밝힌 입장과 대비된다.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주지방공소청 등에 대한 국감에서도 이성윤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사건을 "검찰권 남용의 종합이다"라고 비판했다. 당시 검찰이 문 전 대통령 가족을 대상으로 무리한 수사를 벌였을 뿐 아니라, 언론을 통해 망신과 모욕까지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정렬 청장은 자신이 부임하기 이전의 일이라면서도 "'절제된 수사'였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의겸 민주당 의원까지 반발했다. 김의겸 의원은 절제된 수사라고 보고한 사람이 누구인지 문제 삼으며 "잘못된 게 있으면 공소 취소 등 공소청이 잘못된 과거를 정리해야 미래로 새롭게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사위의 항공사 취업과 급여 등을 통해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약 2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의 기소 자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소청 수뇌부가 당시 수사 방식에 비판적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법무부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 역시 이 사건을 검찰권 남용 의혹 진상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주목할 대목은 이 대행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검찰 수뇌부 인사라는 점이다.
이 대행은 지난달 22일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임명된 뒤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고, 이재명 정부에서는 다시 고검장으로 승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대행이 과거 검찰 수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4월 국회 청문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수사 방식에 대해 "매우 잘못된 수사 방식이다"라며 사과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된 검찰 수뇌부가 이 대통령에 이어 문 전 대통령 관련 수사 방식에도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는 점은 정치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문제 삼아 온 친문계 의원들의 비판과 공소청 수뇌부의 평가가 같은 방향을 향하게 됐다.
이 같은 흐름이 향후 친명계와 친문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지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이 대통령은 7월1일 문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민주 진영의 단합과 통합에 공감한 바 있다. 당시 두 사람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에도 뜻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 검찰 수뇌부의 발언이 문 전 대통령 수사에 비판적인 친문계의 입장과 맞닿으면서, 명문 화합에도 긍정적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