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발됐다.
지난해에는 인사 개입 의혹 등을 둘러싼 여야 대립 끝에 출석이 무산됐지만, 이후 '현지 누나' 문자까지 공개되면서 김 실장의 인사 관여 여부를 둘러싼 의문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올해도 당사자를 상대로 의혹을 직접 검증할 기회가 사라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방어가 오히려 정치적 부담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연합뉴스
국회 운영위원회(운영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29일 청와대 국정감사에 출석할 증인 명단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이 요구한 김현지 실장과 강훈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전 정책실장 등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민주당 주도로 임광현 신임 비서실장과 하준경 정책실장 등 기관증인만 채택됐다.
국민의힘은 이른바 '성남·경기라인'의 인사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김 실장의 출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김현지, 정진상 등 이른바 성남·경기라인의 인사개입은 반드시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며 "의혹이 제기된 만큼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구체적 근거 없이 제기된 의혹을 국정감사 증인 채택의 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전은수 민주당 의원은 "카더라 하나로 제1부속실장을 불러야 하느냐"며 부당한 인사 개입의 근거부터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한병도 운영위원장도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은 2000년대부터 2025년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김 실장의 증인 채택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실장의 증인 채택이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도 국민의힘은 김 실장이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재직 당시 산림청장 등 주요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감 출석을 요구했다. 당시 민주당은 김 실장의 오전 출석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오후까지 출석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같은 해 12월에는 김 실장을 둘러싼 인사 개입 의혹에 다시 불을 지피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2일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김남국 당시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 후보로 특정 인사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한 문자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문진석 의원은 자신이 추천하면 강훈식 당시 비서실장이 반대할 것이라며 김남국 전 비서관에게 대신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김 전 비서관은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장했다.
이에 제1부속실장인 김 실장이 공식 직무 범위를 넘어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문 의원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며 사과했고, 김 전 비서관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실장은 자신이 인사 청탁 관련 메시지를 전달받지 않았으며 김 전 비서관과도 누나·동생 하는 사이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 역시 부인했다.
올해 국정감사는 지난해 문자 파문 이후 김 실장이 국회에서 관련 의혹을 직접 설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증인 채택이 다시 무산되면서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과 이를 정치 공세로 규정하는 여당의 대립만 되풀이되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으로서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사자의 공개 해명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논란을 장기화하는 정치적 부담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운영위에서는 강훈식 전 비서실장과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증인 채택을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의 한남동 관저 사용 문제를 거론하며 대통령 부부의 출석까지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