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미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타격을 입은 캐나다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 대책은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주지사와 함께 발표했으며, 철강·자동차·핵심 광물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 집중됐다.
카니 총리와 포드 주지사는 캐나다와 미국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오른쪽)이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주지사 옆에서 2026년 10월21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통신=연합뉴스
카니 총리는 21일(현지시각) 캐나다 의회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무역 협정을 뒤집어 놓았다"며 "미국 가정의 물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노동자와 기업을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하고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이 결렬되자 무역법 338조를 근거로 약 200억 미국달러(약 26조9천억 원)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캐나다가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양국 간 무역 분쟁이 격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11월 저스틴 트뤼도 당시 캐나다 총리와의 만찬에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구상을 처음 제시했다. 이후 2025년 1월 20일 취임 연설과 다보스 포럼에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많은 캐나다인이 반발했으며, 트뤼도 전 총리와 카니 총리 모두 캐나다가 미국에 편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캐나다의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기를 바란다는 뜻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수십 년간 국경을 넘어 긴밀하게 통합돼 온 북미 자동차 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
카니 총리는 이날 캐나다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10% 이상 감소했고, 미국의 대캐나다 자동차 수출도 20% 이상 줄었다며 "관세는 양국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하고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된 북미 자동차 산업은 경쟁력을 높이고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 미국 행정부는 이를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카니 총리는 "미국의 접근 방식이 바뀌었다"며 "캐나다도 이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의 대미 의존도를 줄이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향후 10년간 다른 시장으로의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카니 총리와 포드 주지사는 캐나다 제조업의 중심지인 온타리오주의 철강·자동차 제조업체와 핵심 광물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총 87억 캐나다달러(약 8조2천억 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미국계 철강업체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온타리오주 해밀턴 공장의 감원 계획을 발표한 직후 나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캐나다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계획에 따르면 캐나다 연방정부와 온타리오주 정부는 철강업계에 5년간 52억 캐나다달러(약 4조9천억 원)를 지원하고, 자동차 업계에는 25억 캐나다달러(약 2조4천억 원)를 지원한다. 자동차 업계 지원금 가운데 15억 캐나다달러(약 1조4천억 원)는 연방정부가 부담한다.
포드 주지사는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는 영구적으로 달라졌다"며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또 누가 백악관에 있든, 양국 관계가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온타리오주 정부와 캐나다 연방정부는 10억 캐나다달러(약 9400억 원)를 투입해 핵심 광물이 풍부한 온타리오주 북부의 광물 자원 매장 지역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온타리오주 정부는 그동안 연방정부에 이 지역 개발을 위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 달라고 요청해 왔다.
포드 주지사는 이 지역의 핵심 광물 자원이 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캐나다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비장의 카드라고 강조했다.
2025년 미국은 캐나다에서 208억 미국달러(약 27조5천억 원) 규모의 알루미늄, 구리 등 주요 핵심 광물을 수입했다. 캐나다 최대 상업 은행인 캐나다왕립은행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캐나다는 미국의 주요 광물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로, 미국이 수입하는 주요 광물 목록 전체의 약 20%를 차지한다.
카니 총리는 연방정부와 온타리오주 정부가 광산 개발에 필요한 연방 및 주정부 차원의 인허가 절차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