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정부부처 업무보고에서 ‘주가 누르기 방지법’ 입법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15일 재정경제부 등의 업무보고에서 주식시장 정상화를 강조하며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입법이 안 되고 지연되고 있다. 어떻게든 협조를 얻어 속도를 내라”라고 강조했다.
이와 맞물려 정부여당은 주가 누리기 방지법 제정을 하반기 주요 입법과제로 지정해 연내 처리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2025년과 2026년 3차에 걸친 상법 개정을 마친 정부여당이 이 법안을 주식시장 정상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다음 타깃으로 삼아 속도를 붙이는 모습이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발의한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주가누르기 방지법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유튜브 이훈기TV 방송 화면 캡처
◆ 낮은 주가가 이익이 되는 상황 해소 목적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하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2025년 5월 대표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개정안’의 별칭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미만 상장사의 경우 상속·증여세 산정 시 시장가격(시가) 대신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반영한 공정가치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은 현재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과 함께 김현정 의원과 안도걸 의원이 각각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법안 패키지로 다뤄지고 있다. 이들 개정안은 PBR 1배 미만의 상장기업에게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공통으로 한다.
이소영 의원의 제안 이유 등을 종합하면, 현재 상속세·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 중 상장된 주식의 가액을 평가할 때는 상속·증여 시점 전후 2개월, 총 4개월의 평균 주가가 기준이 된다. 이 구조에서는 주가가 낮을수록 세금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낮은 주가가 상속·증여에 더 유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반면 비상장주식의 경우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가중평균해 가치를 평가하되 계산된 가액이 순자산가치의 80%에 미달할 경우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선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의 법안은 이를 준용해 상장주식과 비상장주식의 평가 기준을 평등하게 조정하는 의미도 있다.
다만 이 경우 PBR이 낮은 상장사의 최대주주의 경우 세금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으므로, 이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최대주주의 상속·증여세 가산세율 20%를 삭제하는 내용을 법안에 포함했다. 아울러 세금을 현금으로 납부하기 곤란한 경우 상장주식의 물납도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상속세·증여세법에서는 상장된 주식의 물납을 금지하고 있다.
이 법안은 최대주주가 기업의 주가를 낮게 형성하도록 만드는 유인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법안이 시행되면 상속·증여세 산정을 위한 기준이 최소 공정가치의 80%에서 형성되므로, 주식 저평가를 유지해 얻는 이익 자체를 없애는 효율적인 해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인 기업의 경우 유상증자, 배당축소, 투자 지연, 계열사 거래 등 석연치 않은 방법을 통해 주식의 저평가를 유도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법안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은 주가지수가 크게 상승했지만, 반도체 등 일부 대형주가 이 같은 상승을 주도하고 다른 대부분의 종목들은 상승장에서 소외됐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김정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1일 국회 ‘주가 누르기 방지법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6년 4월22일 기준 국내 상장기업 중 PBR 1에 미치지 못하는 비율은 여전히 46.8%(2496개사 중 1169개사)나 된다.
◆ 저평가는 모두 최대주주 책임?
법안의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은 PBR이라는 지표와 관련돼 있다. PBR은 업종별 편차가 큰 지표여서, 획일적으로 ‘0.8배’라는 기준을 삼기보다는 업종 평균이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제조업, 지주사 등 자산 규모는 크지만 구조적으로 PBR이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는 업종이나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의 주가 하락에 최대주주가 얼마나 원인을 제공했는지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거래소의 시장가격에는 최대주주 요인뿐 아니라 경영성과, 재무건전성 등 내부 요인, 국내 경기, 글로벌 시장환경 변화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는데, 낮은 주가의 책임을 단순히 최대주주로 환원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으로 생각된다. 이는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고, 나중에 세금 부과에 대한 적정성을 둘러싸고 복잡한 법적 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법안은 저평가가 유리한 상황을 없애고 주가를 올리는 유인을 제공한다는 목적에서 긍정적이지만, 단일한 지표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데서 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기업별, 업종별 특수성을 반영하면서, 기업 안팎의 경영상황과 최대주주의 사익 추구 목적을 가능한 한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법안과 함께, 기업이 자발적으로 저평가 상태를 공개하고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구조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갖는다. 반대로 세법이라는 수단 외의 방법으로 주가의 인위적 왜곡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