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당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서 제20대 대통령 당선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보전받은 선거비용 등 약 397억 원을 국고에 반환해야 한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이 법적으로 무효가 될 경우 '제20대 대통령'이라는 공식 기록이 말소되는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에도 변화가 생기는지 여부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선고일인 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관련 방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 형사2-1부(판사 백승엽·황승태·김영현)는 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지난 7월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두 가지 해명이 모두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 있어서 정당 추천 후보자로서 올바른 판단 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는 피고인이 선거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선거인의 올바른 선택권은 침해됐고 선거의 공정성과 절차의 적법성은 훼손됐다"며 "피고인은 수사 당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2021년 12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22년 1월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부인 김건희 씨와 함께 만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1심은 윤 전 대통령이 실제로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했고, 김씨를 통해 전씨를 만나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왔다는 점을 인정했다. 항소심에서도 이러한 판단이 유지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파면되면서 연금과 비서관 지원 등 전직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대부분의 예우를 이미 상실했다. 이날 선고가 대법원에서도 확정된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확정일로부터 10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효과도 발생한다.
국민의힘에도 재정적 부담이 현실로 다가왔다. 윤 전 대통령의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제20대 대선 당시 국가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과 반환받은 기탁금 등 약 397억 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돌려줘야 한다. 이에 7월 1심 선고 당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즉각적 사과와 선거비용 반환을 촉구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지난 대선 때 거짓말로 국민의 선택을 농락한 선거범죄에 대한 당연한 판단이다"라며 "국민의힘은 즉각 국민 앞에 사죄하고, 397억 원을 당장 국민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거짓말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끝내 내란까지 벌인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윤 전 대통령의 당선무효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제20대 대통령'이라는 지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공직선거법 제264조는 당선인이 해당 선거에서 선거범죄로 징역형 또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을 무효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2022년 대통령선거 당선에 대한 무효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판결 확정으로 당선이 무효가 되는 것과 이미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수행한 직무의 효력은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당선무효 판결이 과거의 직무행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는 별도의 법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법적 지위에는 또 다른 쟁점이 있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2조는 전직 대통령을 '헌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재직하였던 사람'으로 정의한다.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이 무효로 확정되면 이 조항의 '선출되어 재직하였던 사람'이라는 요건을 여전히 충족하는지에 대한 해석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통령 임기를 마친 인물의 당선 자체가 무효로 확정되는 이례적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그 파장은 선거비용 반환 문제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당선무효의 효력이 과거 재임 기간에 어디까지 미치는지, '제20대 대통령'이라는 전직 대통령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등을 놓고 면밀한 판례 검토와 법률적 해석은 물론 사회적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