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와 관련해 장부에 드러나지 않은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채 가운데 일부는 재무 상태가 취약한 스타트업의 신용도를 높이는 데 쓰였다. 그러나 이들 스타트업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빅테크 기업 자체의 재무 건전성에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26년 10월30일 금요일 뉴욕 타임스퀘어의 나스닥 마켓사이트 전광판에 개장 직후 알파벳 주가가 10% 이상 하락한 모습이 나타나 있다. ⓒUPI통신=연합뉴스
닛케이아시아는 4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5개 회사의 최근 실적 발표와 추정치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AI 관련 부외부채(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은 부채)가 6개월 전보다 거의 2배 늘어난 약 3조2천억 달러(약 4281조4천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IT 기업들은 AI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공급업체로부터 반도체와 서버, 전력을 구매하고 장기 계약을 맺는다. 일부 기업은 클라우드 서비스 스타트업으로부터 장비를 빌리거나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도 한다.
이런 계약 가운데 아직 이행하지 않은 구매 약정과 계약 기간이 시작되지 않은 임대 의무는 일반적으로 부외부채로 처리된다. 회계 규정에는 어긋나지 않지만, 향후 장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큰 잠재 부채인 셈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들 5개 기업의 부외 부채 가운데) 약 60%는 구매 약정이고, 약 40%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임대 의무다"며 "이미 총부채 규모는 이들 회사 자산 합계의 약 80%에 달하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곧 총자산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구글은 9월30일 기준 1조500억 달러(약 1404조8천억 원) 규모의 부외부채를 보유해 5개 기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닛케이아시아는 "이 수치는 3월 말과 비교해 약 160% 증가한 수치지만, 구글이 부채 계산 방식을 일부 변경한 것으로 보여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구글 다음으로는 메타의 부외부채 규모가 컸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라클이 그 뒤를 이었다.
닛케이아시아의 분석에 따르면 구글이 데이터 센터와 기타 설비에 투자하는 데 쓴 현금은 핵심 사업에서 벌어들인 현금보다 많았다. 닛케이아시아는 3분기 구글의 자본 지출에 따른 현금 유출 규모를 713억 달러(약 95조4천억 원)로 추정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영업 현금 흐름에서 자본 지출을 뺀 구글의 잉여 현금 흐름이 290억 달러(약 38조9천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구글은 AI 인프라와 데이터 센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0월28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7년 투자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분석에 따르면 메타의 부외부채는 9월 말 기준 약 8100억 달러(약 1083조9천억 원)로, 3월 말보다 90% 증가했다. 메타는 외부 투자 자금을 활용해 컴퓨팅 용량을 확대하고 있다.
7월 메타는 미국 투자 회사 블랙록과 합작 투자를 발표하고 데이터 센터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4월에는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스타트업 코어위브로부터 2032년까지 약 210억 달러(약 28조1천억 원) 규모의 클라우드 용량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들의 부외부채는 코어위브와 같은 스타트업의 신용도를 높이는 데 쓰이기도 했다. 스타트업은 재무 상태가 다소 취약하더라도 빅테크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미래 매출을 확보할 수 있어 은행과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다만 10월 코어위브의 채권 가격이 액면가의 80% 아래로 급락하면서 AI 중심의 클라우드 스타트업들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들 기업은 클라우드 서비스 외에는 수익원이 제한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데이터 센터 투자를 이어가기 힘들어지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신용도가 높은 것으로 여겨져 온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졌다. 알파벳과 아마존은 각각 10월28일과 29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027년 이후에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알파벳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8~11% 하락했고, 아마존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7.3% 떨어졌다.
5개 기업 가운데 부외부채 규모가 가장 작은 오라클도 재무 상태를 둘러싼 우려가 크다. 오라클 주가는 지난해 9월10일 최고점과 비교해 60% 이상 하락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오늘날의 AI 산업은 거대 기술 기업, 반도체 제조업체, AI 개발업체, 네오클라우드 제공업체 간의 장기 구매 계약 네트워크 위에 구축되어 있다"며 "서로 투자, 자금 조달, 보증을 통해 신용도를 높이고 기업들이 금융 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어 "하지만 모든 신용은 여전히 소수의 빅테크 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AI 투자가 현재 속도로 지속되는 동시에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치면 기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 여파는 기술 부문뿐만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