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미래 성장동력 구축이라는 핵심 숙제를 풀어가는 가운데 연임 시험대에 올랐다.
전기자동차(EV)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사업 무게중심을 옮기는 과정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김 사장의 경영성과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북미 ESS 시장을 겨냥한 생산 기반과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중장기 실적 개선을 이끌 발판도 마련하고 있다.
다만 김 사장의 연임을 둘러싼 환경에는 LG그룹의 안정 지향적 인사 기조와 미래 사업을 향한 변화 요구라는 두 가지 흐름이 공존한다. 그룹 차원의 연속성이 힘을 보탤 수 있지만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새로운 성장판 확보가 인사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심사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첫 번째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두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전환에 속도를 낸다. ⓒLG에너지솔루션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 분석보고서를 낸 대다수의 증권사는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을 1조~1조2천억 원가량으로 내다봤다. 북미 생산 보조금이 지난해(1조3461억 원)보다 감소한 만큼 소폭 줄어드는 수치지만 김 사장 임기 첫해인 2024년 5천억 원대로 떨어졌던 영업이익을 2년 연속 1조 원대로 수성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김 사장이 LG에너지솔루션 대표로서 안고 있던 최대 과제인 ESS 배터리로의 전환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자동차 캐즘(수요 둔화)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고 있었다. 올해 들어서는 1~8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세운 오하이오주 배터리 생산공장이 캐즘 영향으로 가동을 중단했고 이 때문에 상반기 영업손실 945억 원을 거두기도 했다.
다만 김 사장은 ESS 배터리 사업에서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며 LG에너지솔루션 전체 실적을 끌어올릴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ESS 배터리 사업에서 매출 3조1천억 원가량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초 분기별로 4천억 원대에 그쳤던 ESS 배터리 사업 매출을 처음으로 3조 원대로 끌어올린 것이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 ESS 배터리 사업 매출은 1분기 1조6천억 원대, 2분기 2조1천억 원대에 이어 오름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ESS 배터리 출하량은 전분기보다 60%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분기에도 3분기보다 출하량이 40%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아직은 부침을 겪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 ESS 배터리 사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28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이 사업과 관련한 북미 생산 보조금 3500억 원을 제외하면 추정 영업손실은 700억 원 안팎이다.
북미에 ESS 배터리 생산설비를 확장하는 과정의 초기 고정비 부담과 안정적 생산확대(램프업) 이전에 발생하는 비용, 일부 공정의 생산 병목 등이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ESS 배터리 수주잔고는 160GWh(기가와트시)로 2028년 생산물량까지 모두 채우는 데 성공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북미 생산설비들이 가동되면서 현재 발생하는 비용이 감소할 수 있는 셈이다.
안회수 DB증권 연구원은 이날 LG에너지솔루션 분석보고서에서 “ESS 배터리 출하량이 올해 34GWh에서 내년 57GWh로 증가할 것”이라며 “공정 병목도 올해 연말부터 해소되면서 수익성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김 사장은 ESS 배터리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일을 필수로 꼽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배터리 산업이 새롭게 정의되는 변화의 시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과 기회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치밀한 전략과 밀도 높은 실행력을 바탕으로 성장을 가속화해 미래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임기 만료를 앞둔 김 사장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2024년 3월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올해가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다.
SK그룹, 한화그룹, HD현대그룹 등 주요 그룹들이 연말 인사를 마친 가운데 LG그룹도 이달 안에 올해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LG그룹이 올해 인사에서 기존 리더십의 연속성에 무게를 둔다면 김 사장을 비롯해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대표이사들의 연임 가능성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LG그룹이 올해 인사에서 ‘안정’ 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LG전자와 LG화학 등 핵심 계열사에서 조주완 사장, 신학철 부회장 등 잔뼈 굵은 전문경영인을 교체했고 LG생활건강 대표에도 외부 인사인 이선주 사장을 영입하는 등 쇄신 기조를 보인 데다 올해 전반적으로 그룹의 실적이 안정적으로 창출되고 있는 만큼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 사장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2020년 12월 LG에너지솔루션이 출범한 뒤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하는 CEO가 된다.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지내다가 LG에너지솔루션 출범과 함께 초대 대표이사에 올랐던 김종현 사장은 2023년 3월로 예정됐던 임기를 1년4개월여 앞두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어 2021년 11월 배터리 리콜 사태로 불거진 품질 문제를 극복하고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권영수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복귀했다. 2024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뒀던 권영수 부회장은 현재 김 사장이 대표이사로 결정되면서 용퇴했다.
당시 김 사장의 선임은 젊고 전문성을 갖춘 차세대 경영인을 육성한다는 차원의 세대교체 차원에서 단행됐다.
LG그룹은 2023년 11월 김 사장이 LG에너지솔루션 대표로 내정된 인사에서 “1위 사업 달성에 필요한 장기적 준비를 위해 각 산업에서 성과를 내고 전문 역량을 갖춘 사업 책임자를 보임해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자 했다”며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혁신과 미래 준비를 성공적으로 이끌 준비가 된 최고경영자(CEO)가 선임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1998년 LG화학 배터리연구센터로 입사해 LG그룹에서 배터리 사업 전반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로 기대를 받아 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AI’를 그룹 전반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올해 인사에서도 LG그룹이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쇄신에 나설 변수로 꼽힌다.
AI가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상황에서 LG그룹에서도 기존 사업의 안정적 운영만큼이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재 재편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인사에서는 전반적 안정 기조 속에서도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거나 주요 보직에 중용하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LG그룹은 분기별로 핵심 의제(아젠다)를 선정해 사장단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 회의에서 구 회장은 AI 시대 대응을 가장 중요한 리더의 역량으로 평가했다.
구 회장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 40여 명이 AI 시대 산업·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전략 고도화’ 방안을 논의한 9월 사장단 회의에서 “AI는 더 이상 선택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라며 “AI 미래 승부처에서 이길 수 있도록 사장단이 빠른 속도와 집요한 실행력을 갖춰달라”고 주문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배터리 기업으로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팩토리 생태계에 합류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9월 국내 배터리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전 세계에서는 단 3곳뿐인 엔비디아의 ‘DSX레디’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파트너로 선정됐다. DSX레디는 엔비디아가 구축하고 있는 AI 팩토리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는 관련 요건을 충족하는 자격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