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약이 창업(1968년) 기준으로는 58년 만에, '동국제약'이라는 이름을 지은 해(1982년) 기준으로는 44년 만에 사명을 'DK센텔리안'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번 사명 변경은 회사의 정체성을 그동안의 전통 제약사에서 헬스·뷰티를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재정의하겠다는 오너 2세 권기범 회장의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권기범 회장은 그간 국내 홈쇼핑 중심으로 성장해온 뷰티 사업을 해외 온·오프라인 채널로 전면 확장해 회사의 글로벌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본업인 제약 사업에서 성장세를 유지하고 전문의약품 분야의 연구개발 성과를 도출해, 회사를 '제약'과 '헬스·뷰티'의 두 날개로 날게 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권기범 동국제약 회장 ⓒ 동국제약
◆ 화장품 브랜드 이름 '센텔리안' 사명에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사명을 'DK센텔리안(DK Centellian)'으로 바꾸기로 결의했다. 이를 위해 11월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명 변경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처리한다.
새 사명의 '센텔리안'은 2015년 출시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에서 따온 것이다. 센텔리안은 회사의 대표 제품 '마데카솔'의 주성분인 '병풀'의 학명 '센텔라 아시아티카(Centella asiatica)'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회사 쪽은 'DK센텔리안'이 '과학 기반 헬스 앤 뷰티(Science based health and beauty)'를 지향하는 비전과 의지를 담은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DK'에는 58년간 동국제약이 걸어온 시간과 과학적 신뢰 그리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기업의 뿌리를, '센텔리안'에는 축적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욱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 '글로벌'과 '헬스앤뷰티' 양대 키워드
결국 이번 사명 변경은 회사 사업 영역을 국내 사업 중심의 전통 제약사에서 '글로벌'과 '헬스앤뷰티'까지 적극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동국제약은 일반의약품(OTC) 분야에서 뚜렷한 강점을 가진 기업이다. 마데카솔(연고제), 인사돌(잇몸치료제), 판시딜(탈모치료제), 센시아(정맥순환개선제), 치센(치질치료제), 오라메디(구내염치료제), 카리토포텐(전립선비대증치료제) 등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며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는 품목을 다수 보유했다.
전문의약품(ETC) 부문도 항암제, 전신마취제, 고지혈증 치료제, 만성질환 치료제 등을 중심으로 탄탄한 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의 최근 실적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쪽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 사업을 하는 '헬스앤뷰티' 부문이다. 이 부문의 연결기준 연도별 매출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13.9%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의 4.7%, 12.8%보다 높다.
어느덧 헬스앤뷰티 부문은 회사의 4개 사업부문(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 헬스앤뷰티, 해외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5년 기준 헬스앤뷰티 부문 비중은 34.14%로 일반의약품 18.42%, 전문의약품 24.61%, 해외사업 4.24%를 앞섰다. 여기서 헬스앤뷰티 부문 매출은 헬스·뷰티 수출 실적을 포함한다. 해외사업 부문 실적에는 의약품(원료의약품 포함) 수출만 담겨 있다.
성장을 주도하는 일등공신은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인 '센텔리안24'다. 센텔리안24는 마데카솔의 핵심 성분인 병풀 추출물 테카(TECA)를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로, 대표 품목인 '마데카크림'은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넘어선 메가 히트 상품이다.
센텔리안24는 최근 수출도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 사업 중심이던 동국제약의 영역을 해외로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2분기 기준 센텔리안24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상반기 회사 화장품 사업 매출액은 15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5% 증가했다.
다만 회사 전체로 보면 아직 해외 비중이 크지는 않다. 2026년 상반기 연결기준 해외 매출액은 733억 원으로 전체의 14.4%였고, 2분기만 보면 405억 원으로 15.7%였다.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글로벌 기업이라는 간판을 달기에는 여전히 매출의 80% 이상이 국내에서 나오는 구조다.
권기범 회장은 뷰티 사업의 성장 모멘텀을 지속하면서 글로벌 비중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선 그간 '아마존' 중심이던 해외 유통 채널을 다각화하고 있다. 얼타뷰티(미국), 돈키호테·로프트(일본) 등 오프라인 채널로 확장하면서, 올리브영 글로벌몰, 실리콘투, 예스스타일, 아시아뷰티홀세일(ABW) 등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 판매망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센텔리안24가 얼타뷰티, 코스트코, 노드스트롬 등 미국 대표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는 성과를 냈다.
수출 지역을 다각화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기존 미국과 일본 중심에서, 중국, 유럽, 동남아시아, 중남미, 중동 등으로 수출 영토를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2026년 6월 말 기준 반기보고서에서는 미국·일본 오프라인 매장 확대와 함께, △중국 온·오프라인 고객 접점 확대 △베트남 등 동남아 수출 채널 구축을 당면 과제로 제시했다.
뷰티 사업을 뒷받침하고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동국제약은 2023년 가정에서 피부를 관리할 수 있는 뷰티 디바이스인 '마데카프라임'도 출시했다. 회사는 2024년 미용기기 등 중소형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회사 '위드닉스'를 인수하며 뷰티 디바이스 R&D 및 생산 기반을 강화했다.
2024년 10월에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리봄화장품을 인수하기도 했다. 리봄화장품은 동국제약 뷰티 사업에서 글로벌 맞춤형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는 리봄화장품 인수로 화장품의 개발, 생산, 유통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 제약 사업 성장 기반도 중요
헬스앤뷰티 부문이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본업인 제약 부문에서 중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권기범 회장은 약물전달시스템(DDS) 관련 기술인 '마이크로스피어'와 '리포좀'을 전문의약품 분야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스피어는 약효 지속 기간을 늘리는 기술로서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에 적용되는 플랫폼이다. 리포좀은 독성이 강한 약물이 체내의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몸에 잘 흡수되지 않는 난용성 약물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미 나온 성과도 있다. 동국제약은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전립선암 치료제 '로렐린데포주' 3개월 제형의 3상을 마치고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2027년 발매가 목표다. 리포좀 기반 항진균제 '암포좀주사'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 '암비솜'의 국내 첫 제네릭으로 2025년 10월 출시됐다.
동국제약은 이 분야 생산능력을 늘리고자 충북 진천 공장에 DDS 전용 첨단 무균 주사제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연내 완공과 2027년 하반기 공식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에도 참전했다. 회사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주 1회 중심의 투약 주기를 1~3개월로 늘리는 시험을 진행 중이며 2027년 본격 임상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