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해커들이 슈퍼마켓의 냉장·냉동 설비를 조작해 내부 온도를 최고 섭씨 50도까지 높이는 사이버 공격이 발생했다.
전국 수백 개 매장에서 식품을 대량 폐기하고 화재까지 발생한 가운데, 피해 규모가 수천만 유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고객이 2026년 10월12일 파리 외곽에 있는 인터마르셰 슈퍼마켓에 들어가고 있다. ⓒAFP통신=연합뉴스
로이터는 12일(현지시각) 프랑스 전역의 슈퍼마켓 수백 곳이 냉장·냉동 설비를 겨냥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파리 검찰은 이번 공격으로 식품 손실과 화재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국가사이버보안청(ANSSI)에 사건 조사를 지시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 인터마르셰의 모기업인 무스케테르그룹은 약 150개 매장에서 냉장고 내부 온도가 밤새 6시간 동안 최고 섭씨 50도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무스케테르그룹은 식품 위생상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영향을 받은 식품을 모두 폐기했다.
프랑스 슈퍼마켓 업체 까르푸도 자사 매장 80곳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약 490개 매장을 운영하는 모노프릭스는 전체 매장의 5%가 이번 공격의 영향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티에리 코티야르 인터마르셰 최고경영자(CEO)는 프랑스 뉴스 전문 채널 BFM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례 없는 공격으로 단 하루 만에 전국적으로 수천만 유로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프랑스에만 그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보안 기업 세코이아의 펠릭스 에임 수석 분석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과 포르투갈, 폴란드, 독일, 벨기에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인터넷에 연결된 냉장·냉동 설비의 제어 시스템을 겨냥했다.
슈퍼마켓의 냉장·냉동 설비는 일반적으로 매장 내 여러 냉장고와 냉동고를 통합 관리하는 제어판을 통해 작동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인터넷을 통한 원격 접속이 가능해 유지보수 업체가 현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설비를 조정할 수 있다.
르코르뉘 총리 측 관계자는 로이터에 프랑스 국가사이버보안청이 덴마크 기업 댄포스가 공급한 냉장·냉동 관리 소프트웨어에서 취약점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댄포스는 "프랑스에서 일부 냉장 관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피해를 입은 장치들은 구형 펌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고객들에게 지원 대상 시스템의 펌웨어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고 기존 시스템을 최신 솔루션으로 전환할 것을 오랫동안 권고해 왔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이번 사건이 올해 8월 미국 내 군 매점 약 12곳에서 발생한 냉장 설비 이상 사고와 유사하다고 전했다.
당시 미국 본토의 군사 시설에서는 냉장고와 냉동고에 전력이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었음에도 기기가 예기치 않게 제상 모드로 전환되거나 밤새 내부 온도가 상승했다. 이로 인해 보관 중이던 식품이 부패했으며, 사고 원인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