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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크루' 열풍이 한풀 꺾이는 가운데 새로운 스포츠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달리기와 근력 운동을 결합한 실내 피트니스 레이스 '하이록스(HYROX)'다.

'러닝 크루' 가입했던 MZ세대들 이제는 실내 경기 '하이록스'로 :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세계적 유행에 일조하고 있다
함께 즐기는 종합 운동으로 '하이록스'(HYROX)는 남녀노소 불문 큰 인기를 끌고 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하이록스 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첫 대회가 열린 2023년 참가자는 1100명에 그쳤지만, 이후 매년 참가 규모가 두 배씩 늘었다. 지난 5월 인천 대회는 당초 1만2천 명 규모로 계획됐으나 참가권이 조기 매진되면서 수용 인원을 1만5천 명으로 확대했다. 오는 11월 서울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회 역시 관중을 포함해 1만 명을 훌쩍 넘는 인원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기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대회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특히 하이록스는 20대부터 40대 초반의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25~34세 참가자가 전체의 42%를 차지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달리기와 근력 운동 결합... 기록 경쟁에 성취감까지

'러닝 크루' 가입했던 MZ세대들 이제는 실내 경기 '하이록스'로 :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세계적 유행에 일조하고 있다
2025년 11월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피트니스 레이스 '하이록스 서울'에서 참가자들이 실력을 뽐내고 있다. ⓒ연합뉴스

하이록스는 2017년 독일에서 시작된 실내 피트니스 레이스(종합 운동 경기)다. 참가자는 1㎞를 달린 뒤 기능성 운동 한 종목을 수행하는 과정을 여덟 차례 반복한다. 총 8㎞를 달리는 동시에 스키에르그(SkiErg), 슬레드 푸시, 슬레드 풀, 버피 브로드 점프, 로잉, 파머스 캐리, 샌드백 런지, 월볼 등 8개 운동 스테이션을 통과해야 한다.

달리기와 근력 운동을 함께 수행한다는 점에서 철인 3종 경기나 크로스핏과 비슷해 보이지만, 경기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철인 3종 경기가 수영·사이클·달리기로 구성된다면, 하이록스는 달리기와 기능성 운동을 결합한 실내 경기다. 크로스핏이 다양한 운동을 조합해 훈련하고 기록을 겨루는 방식이라면, 하이록스는 전 세계 대회에서 동일한 순서와 형식으로 진행되는 정형화된 레이스라는 점이 특징이다.

참가 방식도 다양하다. 개인이 완주에 도전하는 싱글부터 두 명이 함께하는 더블, 네 명이 구간별로 나눠 뛰는 릴레이까지 선택할 수 있다. 참가자의 체력 수준에 따라 오픈과 프로 등으로 나뉘어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각자의 수준에 맞게 도전할 수 있다. 혼자 기록 단축에 도전하거나 친구·가족과 함께 팀을 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도 상대적으로 낮다.

전 세계 대회가 같은 경기 형식으로 운영된다는 점 역시 하이록스의 특징이다. 서울에서 기록을 세우든 뉴욕에서 기록을 세우든 동일한 기준으로 자신의 성적을 비교할 수 있다. 완주 메달과 공식 기록을 SNS에 공유하는 문화도 이러한 경쟁과 성취의 매력을 확산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이록스 확산에 힘 보탠 성소수자 커뮤니티

'러닝 크루' 가입했던 MZ세대들 이제는 실내 경기 '하이록스'로 :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세계적 유행에 일조하고 있다
동성애자 영국 '하이록스' 선수 제이크 윌리엄슨. ⓒ인스타그램

하이록스의 세계적 확산 과정에서는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존재감도 두드러진다. 호주의 성소수자 매체 DNA는 지난 6월 '왜 이렇게 많은 게이 남성이 갑자기 하이록스에 열광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하이록스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를 표방하는 가운데 퀴어 남성들이 빠르게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대회 현장의 음악과 응원, 친구나 연인과 함께 출전할 수 있는 더블 종목, SNS를 통한 기록 공유 등이 이들의 관심을 끄는 배경으로 제시됐다.

또한 영국 런던에서는 성소수자 운동 모임인 '워크아웃 위드 프라이드(Workout with PRIDE)'는  회원 3105명 규모의 모임으로, 매주 하이록스 관련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성소수자 선수의 활약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영국의 공개적 동성애자 하이록스 선수 제이크 윌리엄슨은 2025년 5월 베를린 대회에서 파비안 아이젠라우어와 함께 남자 오픈 더블 부문에 출전해 47분57초를 기록했다. 당시 두 선수는 해당 부문에서 48분 벽을 깬 기록을 세웠다. 윌리엄슨은 성소수자 인권단체 스톤월(Stonewall)의 앰배서더로도 활동하며 스포츠계에서 성소수자 대표성을 높이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포츠에서 성소수자 선수와 지도자 등 다양한 롤모델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다른 성소수자에게 소속감과 참여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 호주 스포츠청도 스포츠 종목에서 성소수자 유명 선수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성소수자들이 해당 종목을 더욱 안전하고 포용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고, 직접 참여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하이록스의 인기를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영향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다만 성소수자 운동 모임과 공개적으로 정체성을 밝힌 선수들이 하이록스 안에서 가시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하이록스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운동하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는다면, 스포츠를 통한 성소수자 인식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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