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은행장에게 중장기 관점의 전략에 기반해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연임 시 1년씩 임기를 부과하는 (금융권의) 관례를 깨고 임기 2년 연임을 추천했다.”
2024년 12월,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가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연임을 추천하며 내놓은 설명이다.
당시 인사 대상이었던 자회사 13곳 가운데 9곳의 대표가 교체됐지만, 정 행장은 2년의 추가 임기를 받았다. 자경위는 자산 성장과 비이자이익 확대, 건전성 관리 등을 연임 근거로 제시했다.
그렇게 자경위로부터 부여받은 2년의 시간이 올해 말 끝난다. 정 행장은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을 순이익 1위에 올려놓으며 연임 명분을 쌓았다. 이번에도 연임하면 2006년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세 번째 임기를 맡게 된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번 인사에서는 후보 추천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2026년 상반기 리딩뱅크라는 성과를 거둔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연임 심사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연임 심사는 은행 임추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신한은행
22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자경위 전날 신한은행장을 포함한 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 승계 절차에 착수하면서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은행장 후보군 추천 권한을 부여했다.
◆ 지주 중심 인선에 은행 임추위 참여 확대, 정상혁 연임가도에 유리할까 불리할까
지금까지 신한은행 임추위는 지주에서 추천하는 후보를 심의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신한금융그룹이 자회사 CEO 후보 추천 방식을 변경하면서 은행 임추위는 기존 역할에 더해 후보군을 구성하는 단계부터 참여하게 됐다.
최종 후보를 추천하는 주체는 계속 지주 자경위지만, 그에 앞서 누구를 후보군에 포함할지에 은행 임추위의 의견이 반영될 통로가 생긴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당국이 자회사 CEO 승계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5일 임원회의에서 금융그룹 계열사 임추위의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CEO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거나 후보 압축 단계별 최소 검증기간을 두지 않은 점, 형식적 상시 후보군 관리와 불투명한 후보 압축·검증 절차 등도 문제로 꼽았다. 은행 임추위에 후보 추천권을 부여한 곳이 일부에 그친다는 점도 지적사항에 포함됐다.
이 원장은 후보군 선정과 검증·평가, 기록 등 승계 절차 전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금감원도 CEO 승계가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진행되는지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 행장 연임의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변경이 '지주 중심의 폐쇄적 인선'이라는 당국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은행 임추위가 후보군 구성 단계부터 참여하고, 자격요건과 평가기준이 구체화되며, 압축 단계마다 검증 기록이 남는 절차는 연임 결정이 통과해야 할 관문 자체를 늘리게 된다.
이재명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 사이의 '이너서클'에 주목해왔다는 점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변경이 오히려 연임의 명분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은행 임추위는 후보군 구성에 의견을 반영할 통로를 얻었을 뿐, 최종 결정권을 나눠 가진 것은 아니다. 지주의 실질적 통제력은 유지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정 행장이 내세울 수 있는 실적·건전성·내부통제 성과가 이번에 구체화될 '객관적 평가기준'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잣대가 명료해질수록 뚜렷한 성과를 낸 현직 행장이 후보군에서 배제될 이유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독립적으로 구성된 임추위가 후보군에 정 행장을 올리고 그 과정이 투명하게 기록된다면, 그렇게 도출된 3연임은 과거의 불투명한 절차를 거친 연임보다 '이너서클' 비판에 훨씬 덜 취약할 수 있다. 강화된 절차가 되레 세 번째 임기에 정당성이라는 방패를 달아줄 수 있다는 뜻이다.
◆ 상반기 리딩뱅크라는 강력한 실적 무기, 다만 비이자이익·건전성은 과제
정상혁 행장의 연임 가도에서 정 행장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실적'이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7748억 원으로 2024년보다 2.1% 늘어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2조4585억 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KB국민은행의 2조2254억 원보다 2331억 원 많은 순이익을 내면서 상반기 리딩뱅크 자리를 확보했다는 점은 강력한 연임 명분이 될 수 있다.
다만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에서는 두 은행의 격차가 4억 원에 그쳤다. 두 금융지주의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자·비이자이익을 합친 뒤 판매관리비를 차감한 금액은 신한은행 3조5031억 원, KB국민은행 3조5035억 원이었다. 최종 순이익에서는 신한은행이 앞섰지만, 충당금과 영업외손익 등을 반영하기 전 영업이익 규모는 거의 같았다는 뜻이다.
2024년 정 행장의 연임 근거 가운데 하나였던 비이자이익에서는 수수료 영업과 운용손익의 흐름이 엇갈렸다.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의 수수료이익은 750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9% 늘었다. 특히 펀드·방카슈랑스·신탁 수수료는 3349억 원으로 같은 기간 96.8% 증가했다. 금융상품 판매와 자산관리에서 얻는 수익이 성장한 것이다.
반면 수수료이익이 포함된 전체 비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14.8% 줄어든 5735억 원이었다. 유가증권·외환·파생상품 관련 이익이 29.6% 감소하면서 수수료 영업의 성장에도 전체 비이자이익은 뒷걸음질했다.
대출 자산의 성장은 기업 쪽에 더 실렸다. 올해 6월 말 신한은행의 원화 기업대출은 193조1335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8%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은 0.5%였다.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신한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0.28%에서 올해 6월 말 0.34%로,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42%에서 0.49%로 상승했다.
◆ 서진원·진옥동도 연임 임기 3년·2년 받았지만 '3연임'은 유례 없다, 정상혁은 세 번째 임기 받을 수 있을까
정 행장은 2023년 2월 취임했고, 2024년 말 연임해 올해 12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올해 다시 선임되면 최초 선임을 포함해 세 차례 연속으로 은행장을 맡게 된다.
2024년 연임 당시 신한금융지주 자경위는 '관례를 깨고' 2년을 부여한다고 말했지만, 이는 금융권의 '2+1' 임기 관례를 이야기한 것으로 신한은행장 인사에서는 정상혁 행장을 제외하고도 연임 임기를 1년이 아니라 여러 해 부여받은 행장이 있었다.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은 2010년 말 취임한 뒤 2012년 연임하면서 3년의 추가 임기를 받았고, 진옥동 현 신한금융지주 회장 역시 신한은행장 시절 최초 2년 임기를 받은 뒤 연임하면서 2년의 임기를 더 받았다.
다만 서 전 행장과 진 회장 모두 은행장 연임 횟수는 한차례였다. 정 행장에게 부여된 ‘2년 연임’은 앞선 사례가 있지만, '3연임'의 전례는 없는 것이다.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전에는 라응찬 전 신한은행장이 세 차례 연속 임기를 수행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