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으로 파괴된 중동 에너지 인프라를 재건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가스 수송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 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세계 석유·가스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시도지만,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2026년 9월13일 반토르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에서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이 보인다. ⓒ반토르/AP통신=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0억 달러(약 6조8600억 원)를 투자하는 새로운 기금 조성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기금 조성 계획에 따르면, 미국의 50억 달러 기금 외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이라크, 요르단 등 8개 중동 국가가 50억 달러를 투자해 총 100억 달러(약 13조7천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한다. 8개국이 각각 동일한 금액을 투자하는 방식이며, 이 기금은 '동맹 신뢰 및 건설 동반 관계'라는 이름으로 추진된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월스트리트저널에 현재 기금 조성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협정 조건은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8개국의 참여 여부와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부 중동 관리들은 이 계획을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중요성을 줄이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란에 맞서 단결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미국의 시도로 분석했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중동 지역 정유 시설, 유전, 천연가스 수출 터미널 수십 개가 타격을 받았다. 이에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재개방되더라도 세계 석유·가스 시장은 장기적인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송유관은 10~11일 드론 공격으로 폐쇄됐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홍해 무역 항로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 수송을 위해 대체 항로를 확보하러 나섰다.
이런 임시방편으로 중동산 원유의 수송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조선 운항은 지연되고 운임은 상승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8월 원유 생산량은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봉쇄로 3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파괴된 에너지 시설을 재건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비용이 든다. 에너지 분석가들과 관계자들은 엔지니어링·건설 비용과 장비·자재 비용 등을 포함한 중동 에너지 인프라 복구 비용이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