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른바 '코피노(Kopino)' 자녀의 친부 확인과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필리핀 세부 등 일부 지방정부에서 한국인 친부를 찾아 양육비 청구를 지원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도망 간 한국인 아빠 찾기' 전담 창구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필리핀에서 벌어지고 있다. AI 합성 이미지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라망신 레전드....필리핀에 '도망 간 한국인 아빠 찾기' 전담 창구 생길 예정"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코피노 자녀와 현지 미혼모의 양육비 문제를 알려온 시민활동가 구본창씨의 소셜미디어 게시물도 함께 공유됐다. 구본창씨는 코피노 자녀의 친부 찾기와 양육비 문제 해결을 지원해 온 시민활동가다.
시민활동가 구본창씨가 7월28일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과 글. 구씨는 해당 게시물에서 '양해들' 활동가가 팜팡가주 주지사 및 현지 변호사들과 만나 코피노 친부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개설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구본창 엑스 계정
구씨는 7월28일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사진과 함께 "양해들(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 활동가가 '코피노 아빠 찾기'를 시작한 팜팡가 주정부의 주지사, 그리고 필리핀 변호사들과의 미팅에서 팜팡가 주정부에 아이를 버리고 도망 간 아빠들의 신상 공개 사이트 개설을 제안했다"며 "한국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있지만 필리핀은 그런 악법이 없으니 가능하고 효과적"이라고 글을 남겼다.
앞서 구씨는 7월26일 엑스 계정에 사진과 함께 "'도망 간 한국인 아빠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세부시청"이라며 "이 프로젝트에 대한 조언과 협력을 위해 '양해들'의 활동가와 세부시장이 미팅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멀고 험난한 여정이 되겠지만 포기 없이 끝까지 갈 수 있기를"이라고 덧붙였다.
시민활동가 구본창씨가 7월2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세부시장과 '양해들' 활동가의 면담 모습. 구씨는 세부시가 '도망 간 한국인 아빠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관련 조언과 협력을 위해 면담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구본창 엑스 계정
그는 7월16일에는 "필리핀 지자체들의 '코피노 아빠 찾기'에 협력하고 자문하기 위해 필리핀에 체류 중인 '양해들'의 활동가가 이렇게 전해왔다"며 "세부에는 한국 유학생과 어학연수생들이 낳은 코피노들이 많고, 그래서 '자국 여성 보호'를 위해 세부시청이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주장했다.
또 7월15일에는 "어제 필리핀에 도착한 변호사가 이렇게 알려왔다. '8월 1일부터 팜팡가주의 시청·군청과 세부시청이 코피노 아빠 찾기 신청을 접수한다고 하네요. 이제 필리핀의 시청·군청에 도망 간 한국인 아빠 찾기 전담 창구가 생기는 웃픈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시민활동가 구본창씨가 7월15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 구씨는 8월1일부터 필리핀 팜팡가주와 세부시에서 '코피노 아빠 찾기' 신청 접수가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구본창 엑스 계정
구씨는 코피노 자녀의 양육비 소송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이번달 18일 엑스에 "13년 전 양육비 소송으로 '2천만 원'의 양육비를 받았던 코피노맘"이라며 "쓰리잡을 뛰며 생활비를 벌었고 그 돈은 오로지 아이들 학비로만 썼었다. 그리고 올해 아들은 변호사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례에 대해서는 "아이를 버리고 도망친 한국 아빠를 변호사가 찾아낸 뒤 무려 2년 동안 소송을 해서 '3천만 원'의 양육비를 받았다"고 전했다. 구씨는 해당 여성이 받은 양육비로 미용실을 차려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양육비는 단순한 돈이 아니라 아이들을 살리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코피노 자녀의 규모와 관련한 주장도 나왔다. 구씨는 지난 16일 장영진 활동가가 쓴 책 '코피노, 남겨진 아이들'을 소개하며 "한국인 아빠가 필리핀에 버리고 온 코피노 아이들의 숫자가 '7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구씨는 이번 달 2일 "두 남녀가 어떤 이유로 갈라섰든 상관없이 남겨진 아이의 생존권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인 친부를 확인하고 실제 양육비를 청구하는 과정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씨는 지난 12일 엑스에 변호사가 관련 정보를 토대로 한국인 친부의 신원과 주소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남성은 필리핀 관청에 직접 자녀의 출생 신고를 했음에도 친자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법원에서 양육비 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언어 문제도 거론됐다. 구씨는 지난 4일 "코피노 싱글맘들이 한국 법원에 양육비 소송을 하려면 '따갈로그어, 영어, 한국어' 세 가지 언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연락을 끊거나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친부를 찾는 과정에서 일부 현지 여성이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을 각오하고 온라인에 사진을 공개하는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구본창씨가 9월7일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 구씨는 필리핀에 장기간 폭우가 이어지면서 코피노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들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구본창 엑스 계정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피노 가정의 사례도 소개됐다. 구씨는 지난 7일 필리핀에 장기간 폭우가 이어지면서 코피노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들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공개한 문자 내용에 따르면 한 여성은 "여기는 한 달 넘게 비가 내렸고 집들이 물에 잠겼다"며 "우리 집은 쌀이 떨어져서 내 코피노 아이들이 3일 동안 굶었다. 제발 2천 페소(5만 원)만 보내주길 간청한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코피노 문제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여성의 관계가 끝난 뒤 자녀가 현지에 남겨지면서 친부 확인과 양육비 지급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친부가 한국으로 돌아간 경우 국경을 넘어 신원을 확인하고 양육비 소송과 집행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지에서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