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불 앞에서 요리하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기록적 무더위가 식탁 풍경까지 바꾸는 중이다. 유럽에선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나들면서 음료와 함께 차갑게 즐기는 식품, 조리 부담을 줄인 간편식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기후변화가 바꾼 식문화는 유럽 시장에 진출한 K푸드 기업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고 있다.
기록적 폭염이 이어진 폴란드 남동부 제슈프(Rzeszów) 시내에서 시민들이 강한 햇볕을 피해 이동하고 있다. 유럽을 강타한 폭염은 식품 소비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럽기후변화서비스(Copernicus) 등에 따르면 유럽은 올해 5~7월 기상 관측 이후 가장 강한 폭염을 겪었다. 독일은 41.7도, 체코는 41.9도, 폴란드는 40.5도까지 치솟으며 최고기온 기록을 새로 썼다. 유럽기후변화서비스는 유럽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대륙으로, 기온 상승 속도가 지구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폭염은 식품 소비도 바꿨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NIQ)에 따르면 폭염 기간 유럽 슈퍼마켓 매출은 4.6% 증가했으며 아이스크림 판매는 34%, 냉동과일은 28%, 비알코올 음료(소프트 드링크)는 11.9% 늘었다. 생수 시장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오븐 조리식품이나 베이커리처럼 뜨겁게 먹는 식품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둔화했고, 샐러드와 샌드위치, 컵과일, 냉장 파스타 등 비가열 간편식 소비가 늘어났다.
유통업계도 변화한 소비에 맞춰 판매 전략을 바꾸고 있다. 독일 슈퍼마켓 체인 레베(REWE)는 샐러드와 컵과일, 냉장 파스타, 샌드위치 등 즉석섭취(Ready-to-Eat) 식품 진열을 확대했고, 에데카(EDEKA)는 칵테일 풍미를 살린 무알코올 즉석 음용 음료(RTD) 를 여름 한정 상품으로 선보였다. 네덜란드 알버트하인(Albert Heijn)은 아이스크림과 냉음료 중심의 온라인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동시에 냉장·냉동 배송 역량을 확대했고, 폴란드에서는 스포츠음료 브랜드 오시(Oshee)가 '하이드레이션(Hydration)' 캠페인을 앞세워 수분 보충 수요를 공략했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국내 식품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유럽에서 수요가 확대되는 RTD 음료와 아이스크림, 냉동식품 등은 이미 국내 기업들도 판매하고 있는 제품군이다. 빙그레는 식물성 메로나를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롯데칠성음료는 밀키스 등 음료를 수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냉동식품을 유럽에 판매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폭염을 일시적 계절 특수가 아닌 소비 구조 변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바로 마시는 음료', '차갑게 즐기는 식품', '조리 부담을 줄인 간편식' 수요가 확대되면서 K푸드 기업들이 이미 경쟁력을 갖춘 제품군의 해외 사업 기회도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소비 패턴을 바꾸면서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도 어떤 제품을 갖추고 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