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 중에는 문을 닫아주세요.” 익숙한 안내와 달리 서울 성동구의 한 건물에서는 “문을 닫지 말라”는 안내가 붙었다.
6일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건물에 붙은 안내 문구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이유는 냉방 효율이 아니라 화재 예방이었다. 폭염 속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실외기가 열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면 화재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9도까지 오르고 열대야가 이어지는 가운데 냉방기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에어컨과 실외기에서 시작된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6일 낮 12시31분께 경기 파주시 다율동의 한 아파트 11층에서 불이 나 약 35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주민 6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고, 4명이 구조됐으며 12명이 긴급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세대 내 에어컨 뒤쪽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 내용을 토대로 정확한 발화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같은 날 오전 9시30분께 경기 성남시 백현동의 한 아파트 19층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앞서 4일 오후 7시께 대구 동구 봉무동의 한 아파트에서도 에어컨 실외기실에서 불이 나는 등 폭염 속 냉방기기 관련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8월6일 서울 시내 한 버스 정류장 전광판에 기온이 39도로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에어컨 실외기 화재는 전기적 요인과 과열, 관리 부주의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외기는 냉매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많은 열이 발생하는데, 폭염으로 바깥 기온까지 높아지면 열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내부 부품이 과열될 수 있다.
오래된 전선이 손상되거나 전기 연결 부위가 느슨해져 불꽃이 튀는 경우 전류가 과도하게 흐르면서 합선이 발생하는 경우도 화재 위험을 키운다. 실외기 내부의 부품 이상 역시 원인이 될 수 있다.
2025년 8월26일 부산 시내 한 건물 외벽에 빼곡히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가동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연합뉴스
소방청은 폭염 속 ‘24시간 가동’되는 에어컨 실외기가 화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각별한 관리를 당부했다. 실외기는 통풍이 잘되는 곳에 벽과 10㎝ 이상 거리를 두고 설치하고, 장시간 사용 뒤에는 잠시 전원을 꺼 열을 식혀야 한다. 또 전용 고용량 콘센트 사용과 연결선 점검, 실외기 먼지 제거를 생활화하고 주변에 종이박스 등 가연물을 쌓아두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어컨 실외기는 화재 위험뿐 아니라 폭염 속 도심 속 폭염을 키워 이른바 열섬효과를 내는 요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실외기는 실내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뜨거운 바람을 배출한다. 냉방 수요가 집중되는 여름철에는 건물 곳곳에서 배출되는 열기가 쌓이며 도심 온도를 더욱 밀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