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신사업 투자를 위해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단순한 비핵심 자산 정리를 넘어, 그룹의 핵심 상장 계열사 지분까지 대거 축소하는 고강도 재원 확보 방안을 꺼낸 것이다.
이에 한쪽에서는 계열사 주가 하락과 신사업 적자 누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장 회장은 흔들림 없이 시장의 장기적 성장성에 베팅하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7월2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그룹 내에서 사업 구조조정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상장 자회사의 지분 축소 계획이 발표되면서 장 회장의 신사업 투자 기조가 더욱 공격적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7월2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 이후 증권업계에서는 포스코그룹 계열사 차원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장 회장이 발표한 신사업 투자 계획에서 재원 확보 수단이 계열사 지분 구조를 크게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장 회장은 2027년 말까지 상장 자회사 지분을 50% 수준으로 낮춰 약 3조6천억 원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70.71%)과 포스코DX(65.38%), 포스코퓨처엠(58.18%) 등의 계열사 지분을 모두 50%씩만 남기고 대규모로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장 회장이 지금껏 꺼내지 않았던 카드다. 그는 2024년 3월 취임 이후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한 투자금 확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사업 단위 구조조정에 그쳤을 뿐 상장 계열사 지분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매각 대상도 적자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된 사업이 중심이었다.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으로 4천억 원, 일본제철 주식 매각으로 4700억 원가량을 확보하는 등 2년간 73개의 비핵심 자산을 정리해 1조8천억 원을 마련했다. 장 회장은 2028년까지 투자 재원 2조8천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최근 18년간 이어온 티타늄 사업의 철수 검토 소식이 들려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업 정리 수준을 넘어선 재원 확보 움직임에 지분 축소 대상이 된 계열사의 목표주가는 일제히 낮아졌다.
장 회장 발표 직후 LS증권은 포스코퓨처엠 목표주가를 26만6천 원에서 14만 원으로 47% 낮췄다. 최대주주인 포스코홀딩스가 지분 대량 매각을 예고한 것이 "중단기 오버행(대량 매물 부담) 이슈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를 제시했다. 다올투자증권, 상상인증권 등도 포스코인터내셔널 목표주가를 하향하며 지주사의 대량 매각으로 인한 오버행 이슈를 언급했다.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확보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은 3조6천억 원 규모다. 이 가운데 10%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원 중심의 신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 장 회장의 방침이다.
자원 중심 신사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자원은 바로 리튬이다. 장 회장은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3년 연 17만3천 톤 생산으로 글로벌 톱5 리튬 기업에 오르고 2035년 리튬에서만 영업이익 1조8천억 원 이상을 벌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다만 당장의 성적표는 반대 방향이다. 리튬 밸류체인을 품은 이차전지소재부문의 영업손실은 2023년 기준 1613억 원에서 2025년 4409억 원으로 3년 연속 불어났고, 같은 기간 이차전지소재부문의 자산은 10조9천억 원에서 17조6천억 원으로 증가했다. 그룹에서 자산과 적자가 동시에 가장 빨리 크는 부문이다. 그룹에서 손실이 가장 크게 나는 부문에 가장 큰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시장은 조금씩 희망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존 데이터센터의 최대 10배 전력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필수 인프라로 만들면서, JP모건은 2026년 글로벌 ESS 생산 전망을 17% 상향했다. 이에 따라 ESS용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차(EV) 관련 수요에만 한정된 것으로 취급됐던 리튬이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 바람을 타고 장기적 투자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1분기 이차전지소재부문 영업손실이 70억 원으로 2025년 1분기보다 적자가 92.9% 줄어든 것도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다만 포스코홀딩스의 지속적 리튬 투자가 AI 수혜를 온전히 가져가려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중심으로 밸류체인을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포스코그룹의 배터리 밸류체인은 전기차용 하이니켈 삼원계(NCM) 배터리 중심으로 꾸려져왔다. 이에 올해 포스코퓨처엠은 포항에 LFP 양극재 공장을 지어 2027년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며 기존 배터리 밸류체인에 AI 수요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장 회장은 2024년 취임 직후 정기 주주총회에서 "포스코는 철강사업과 이차전지소재 사업이 쌍두마차로 가야 한다"며 "이차전지의 부진은 우리에게 기회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포스코홀딩스는 리튬 저가 국면에 자산을 사 모았다.
결국 장 회장의 과감한 투자는 단기적 주가 하락이나 일시적 실적 악화에 연연하지 않고, AI 시대 자원 시장 패권을 쥐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올해 하반기 리튬 가격과 이차전지소재부문의 실적은 장 회장의 공격 투자 기조를 판가름하는 첫 성적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