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선진국으로 꼽히는 스웨덴에서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남녀 유권자의 정치 성향 차이, 이른바 ‘정치적 성별 격차(political gender gap)’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스웨덴 국기 아래 남녀. AI 이미지.
최근 조사에서는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Sweden Democrats)을 지지하는 남성 유권자가 여성보다 두 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각) '성평등을 자부하는 스웨덴, 왜 정치적 성별 격차는 커지고 있나'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정치적 성별 격차' 현상을 본격 분석했다.
스웨덴 통계청이 지난 5월 실시해 6월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을 지지하는 남성은 여성보다 두 배 많았다. 반면 사회민주당을 지지하는 여성 비율은 남성보다 10%포인트 높았다.
조사에서 성별에 따른 가상 투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 여성 유권자만 투표한다면 안데르손 대표가 이끄는 좌파 성향 정당들이 64%의 득표율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남성만 투표한다면 현 총리 울프 크리스테르손(Ulf Kristersson)이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들이 5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녀를 합하면 스웨덴 사회민주당(Swedish Social Democratic Party)과 스웨덴민주당(Sweden Democrats)은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두 정당이 합쳐 전체 득표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 최초의 여성 총리인 마그달레나 안데르손(Magdalena Andersson)이 이끄는 좌파정당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학급 규모 축소, 주택 공급 확대, 청년층 무료 치과 진료 등을 공약하고 있다.
지미 오케손(Jimmie Åkesson)이 이끄는 우파정당 스웨덴민주당은 과거 신나치주의와 연결된 극우 운동에서 출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이민 문제와 치안 불안을 앞세우며 보수 유권자층으로 지지 기반을 넓혀왔다. 이번 선거에서도 세금 인하와 공공안전 강화를 약속하는 한편 “‘반(反)스웨덴 정서(anti-Swedishness)’를 혐오 범죄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스웨덴은 대통령이 국정을 이끄는 한국과 달리, 의회가 총리를 선출하는 의원내각제 국가다. 총선 결과에 따라 정당 간 연합이 정부 구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특정 정당의 지지율 변화와 유권자 성향 변화가 곧바로 정치 지형 변화로 이어진다.
스웨덴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정치 참여가 활발하고, 보육·육아 지원 등 복지 제도를 통해 성평등 모델을 구축해온 국가로 평가받는다. 유럽에서 가장 성평등한 국가로 꼽히는 스웨덴에서 왜 성별이 정치 선택에 이처럼 큰 영향을 미치는 걸까?
예테보리대 정치학 교수 레나 벵네루드(Lena Wängnerud)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여성은 진보적인 방향으로, 남성은 보수적인 방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1970년대부터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 스웨덴민주당이 기존 중도우파 정당인 온건당(Moderate Party)을 제치고 남성 유권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민간 부문에서 일하는 남성일수록 우파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 정부 역할 축소를 강조하는 ‘작은 정부’ 노선과 이민 축소에 대한 선호가 반영된 결과다.
벵네루드는 돌봄 부담과 복지 제도 이용 경험의 차이로 설명했다. 그는 “여성들이 남성만큼 우경화하지 않은 이유는 복지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은 여전히 가정 내 돌봄을 주로 맡고 있어 보육·의료·복지 같은 공공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때문에 복지 축소와 작은 정부를 강조하는 우파 정책으로 이동하는 폭이 남성보다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예테보리대 연구팀은 1956년부터 2022년까지 스웨덴의 정치적 성별 격차 변화를 분석한 연구에서 최근 격차 확대의 핵심 원인으로 남성 유권자의 우경화를 꼽았다. 연구 제목인 ‘우파로 이동하는 남성들(The Move of Men to the Right)’처럼, 여성 유권자의 변화보다 남성 유권자가 기존 중도우파 정당에서 급진 우파 성향의 정당으로 이동한 점이 정치적 격차를 키웠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