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을 켜는 대신 냉동실 문을 연다. 치킨을 주문하면 30~40분은 기다려야 하고 배달비까지 더하면 가격은 3만 원에 육박한다. 반면 1만원 안팎의 냉동치킨은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10~15분만 기다리면 된다. 가격은 절반 이하, 기다림도 훨씬 짧다.
CJ제일제당이 지난 달 19일~21일 서울 성수동에서 냉동 치킨 브랜드 '소바바' 론칭을 기념한 팝업스토어를 열고 직접 조리한 치킨을 현장 판매했다. 현장에는 사흘 동안 2500명이 넘는 소비자가 방문했고, '소바바 황금홀릭 후라이드' 제품은 500건 이상 주문됐다. ⓒCJ제일제당
고물가 시대, 치킨이 먹고 싶은 날 가장 먼저 '여는' 게 배달앱 아닌 냉동실인 소비자가 늘고 있다. 간식이나 비상식으로 여겨졌던 냉동치킨이 이제 배달치킨을 대신하는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치킨 가격은 이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메뉴 가격은 이미 3만 원 수준까지 올라섰다. 대표적으로 교촌치킨 인기 메뉴인 허니콤보와 레드콤보는 배달 기준 2만6천 원 수준이다. 배달비 4천 원이 붙으면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은 3만 원에 육박한다.
치킨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생닭과 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일부 업체는 가격 대신 중량을 줄이고 있다. 굽네치킨도 최근 일부 치킨 메뉴의 중량을 줄인 데 이어 사이드 메뉴 가격과 가맹점 공급가를 인상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원가 부담이 지속될 경우 이러한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결국 주요 메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끼 식사로 치킨을 주문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소비자들도 자연스럽게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대체재를 찾는 분위기다.
이러한 소비 변화는 냉동치킨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냉동치킨은 1만 원 안팎이면 구매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크다. 여기에 에어프라이어 보급이 일상화되면서 집에서도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홈 다이닝' 소비가 확산했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도 10~15분이면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냉동치킨은 가격과 편의성을 모두 갖춘 외식 대체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냉동치킨 시장의 성장 속도는 빠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냉동치킨 시장은 2022년 약 1400억 원에서 2025년 1600억 원 규모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 변화는 편의점 판매에서도 나타난다. GS25에서는 최근 3년간 치킨 냉동간편식 매출이 매년 20% 이상 성장하며 냉동간편식의 '강자'였던 냉동 만두를 제치고 매출 1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치킨 못지않은 맛과 식감을 구현한 프리미엄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냉동치킨이 단순한 간편식을 넘어 외식을 대체하는 선택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고메 소바바 치킨'은 바삭한 식감을 구현한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하림과 오뚜기 등 주요 식품업체들도 전문점 수준의 맛과 품질을 앞세운 냉동치킨을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품질 향상은 판매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소바바 치킨'은 2023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2500만 개를 넘어섰고,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최근 1년 동안에만 1092만 개가 팔렸다. 올해 3월 출시한 '소바바 황금홀릭 후라이드 순살 치킨'도 3개월 만에 누적 매출 60억 원을 돌파했다. 하림의 '맥시칸' 냉동치킨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 개를 기록했고, 오뚜기도 올해 '오즈키친 골든 후라이드 치킨'을 선보이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