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마트폰을 처음 켜고 구글 검색창이 보이면 아무 의심 없이 그대로 사용한다. 사용자가 번거롭게 다른 앱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런 설계는 사실 구글의 시장 독점에 많은 도움이 된다.
유럽 법원은 바로 이 지점을 문제 삼았다. 겉으로는 편리한 '기본 설정'이지만, 실제는 구글이 검색 서비스 시장을 독점하면서 경쟁 업체를 말려죽이려는 술책이라 바라봤다.
구글 자료사진 ⓒAP/연합뉴스
구글(Google)은 자사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용해 경쟁 서비스를 배제했다는 이유로 부과된 EU의 대규모 반독점 과징금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유럽 최고 법원은 최종적으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CJEU)는 기존 하급심 판단을 유지하며 41억2500만 유로(약 7조290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유럽의 빅테크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중요한 기준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사건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들과의 계약 과정에서 자사 검색 서비스와 크롬 브라우저, 앱스토어를 기본으로 탑재하도록 하고, 경쟁 서비스의 사전 설치를 제한했다는 EU 집행위원회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EU는 이러한 구조가 소비자의 선택을 왜곡하고 경쟁을 제한한다고 봤다. 특히 시장 점유율이나 가격 경쟁보다, 사용자가 처음 접하는 ‘기본 설정’이 실제 경쟁 결과를 좌우한다는 점이 핵심 쟁점이었다.
법원 역시 이러한 EU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경쟁의 기준은 단순한 가격이나 서비스 품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이용자의 선택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경쟁 제한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구글은 이미 2018년 EU 결정에 따라 관련 계약 조건을 수정했다고 밝혔지만, 법원은 지배적 사업자가 기본 탑재 구조를 통해 경쟁을 제한한 책임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한편 EU는 지난 10년 넘게 구글, 애플,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대규모 반독점 과징금을 부과해 왔다.
애플과 메타 역시 음악 스트리밍 경쟁 제한, 개인정보 및 광고 구조 문제 등을 이유로 각각 수조 원 규모의 제재를 받아왔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개별 기업 처벌이 아니라, 시장 지배적 플랫폼의 경쟁 제한 행위를 지속적으로 규제해 온 EU의 일관된 정책 기조를 보여준다.
구글은 이 밖에도 2017년 자사 검색엔진에서 구글쇼핑을 우대했다는 이유로 EU로부터 24억 유로(약 4조2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2019년에는 제3자 웹사이트에 구글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광고 제한 등 경쟁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15억 유로(약 2조6천억 원)의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받았다.
이번 구글 과징금은 알파벳 연간 이익의 한 자릿수 비율에 미치지 않는 수준이지만, 이번 판결은 규제 당국과 기업들이 구글을 상대로 추가 제재와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구글의 쇼핑 비교 서비스 관련 반독점 판결 이후,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최소 6개국에서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청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1일(현지시각)에는 스웨덴 법원이 가격 비교 서비스 업체 프라이스러너(PriceRunner)에 대해 약 15억 달러(이자 포함 시 약 19.7억 달러, 약 2조7천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구글이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구글은 검색 결과에서 자사 서비스 우대와 앱스토어 운영 방식 등을 둘러싸고 추가 규제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이 같은 행위는 EU가 2022년 도입한 디지털시장법(DMA)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DMA는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시장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경쟁 서비스의 접근성을 넓히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다. 이는 빅테크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 구조 자체를 왜곡하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데 목적이 있다.
요컨대 이번 판결은 디지털 시장에서 경쟁의 기준이 사용자가 처음 접하는 '기본값 설계 방식'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법적으로 확인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