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5년 만의 상반기 흑자를 냈지만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내렸다. 회복을 의심해서가 아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가격 상승이 완제품과 부품 가격을 연쇄적으로 밀어 올리는 '칩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거세지며 회복의 기울기가 낮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에게는 애플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기회 삼아 아이폰 패널 세컨드 벤더(2순위 공급사) 지위를 확보하는 일이 칩플레이션 터널을 빠져나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정 사장이 7월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한국디스플레이산업 전시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7월23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마주한 칩플레이션 파도가 거세지고 있다. AI 서버 수요가 빨아들인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등이 TV·노트북 등 세트(완제품) 가격 인상과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고, 그 부담이 다시 패널 단가 압박으로 되돌아오면서 실적 회복 국면을 외부에서 누르는 모양새다.
LG디스플레이는 7월22일 상반기 매출 11조1461억 원, 영업이익 39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25년 상반기 영업손실 826억 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2021년 이후 5년 만의 상반기 흑자다.
그러나 다음 날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 iM증권 등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주가 괴리율 해소를 위해 단순 조정한 iM증권을 제외하면, 목표주가 하향의 핵심 요인은 하반기 이후 실적 회복 전망치가 낮아졌다는 점이었다.
박현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전망보다 이익가시성이 낮아졌다"며 "주가 반등을 위한 선결 조건은 결국 전방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 및 수익성 회복"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과 SK증권도 LG디스플레이의 2026년 실적 전망치를 낮게 조정했다.
증권사들은 하나같이 하반기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요인으로 칩플레이션을 지목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간 실적을 기존 추정 대비 15% 하향 조정한다"며 "하반기 LG디스플레이의 고객사들이 패널 가격 인하를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하반기가 칩플레이션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유난히 올해 3분기에는 반도체 이슈, 지정학적 이슈, 그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이슈 등 여러 불확실적 요소가 너무 많이 존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안유신 LG디스플레이 중형사업 기획관리담당도 "칩플레이션 등 부품 비용 상승에 따른 비용이 예상돼 올해 하반기 수요는 불확실성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수요 감소와 경쟁 심화 리스크 대비하기 위해 상황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업계 역시 LG디스플레이가 칩플레이션의 영향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LG디스플레이의 중점 검토사항으로 "최근의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전자기기 판가 인상 및 수요 위축 가능성이 존재해 불투명성이 높은 상황"을 명시했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서 LG디스플레이의 회복세도 꺾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제시한 3분기 면적당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률 전망치는 10% 후반으로, 2025년 3분기 상승률 29%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칩플레이션 국면을 버텨낼 열쇠가 애플 공급망 내 입지 확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에 공급되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물량은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적으로 가져갔지만, 그 반대급부로 바 형 디스플레이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공급 점유율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올해 아이패드 미니, 맥북 프로, 폴더블 아이폰 등 신제품에 OLED(올레드) 패널을 새로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물량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단독 수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 아이폰용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하면서 폴더블 제품 생산에 기존 가동 여력을 배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기존 바 타입 아이폰18 시리즈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공급 점유율이 확대되고 관련 패널 출하량도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애플향 폴더블 디스플레이 독점 공급이 오래 가지 않고, LG디스플레이가 세컨드 벤더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NICE신용평가는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감안할 때 수요확대와 함께 세컨드 벤더를 지정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직 중국 업체는 기술력 부족으로 하이엔드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어 세컨드 벤더는 LG디스플레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의 최근 설비투자(CAPEX) 증액은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LG디스플레이는 2023년 3조 원 중반, 2024년에는 2조 원 초반, 2025년 1조 원 중반 수준까지 설비투자 규모를 축소해왔다. 하지만 올해 투자 규모는 2조 원 중후반대로 제시해 디스플레이 업계는 다음 신규 수주와의 관련성을 주목하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규 폼팩터 진입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2분기 실적발표에서 기술 투자 및 신모델 진입과 관련된 직접적 언급을 이어가 적극적 사업 활동이 전개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바라봤다.
백승용 LG디스플레이 소형사업 기획관리담당은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LG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패널은 시장 내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이를 대응하기 위해 보유한 생산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신기술 투자 또한 면밀히 검토해 선제적으로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