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양천 인근에서 국제 멸종위기종인 샴악어가 발견되면서 국내 희귀동물 밀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1일 해당 악어가 샴악어로 최종 확인되면서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불법 거래와 무책임한 유기의 결과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희귀동물을 소유하려는 일부의 욕심은 국제적 밀수와 동물학대, 생태계 교란, 공중보건 위협까지 낳고 있다. 이번 샴악어 발견을 계기로 국내 희귀동물 밀수의 실태와 그 후폭풍을 짚어본다.
소양천에서 발견된 샴악어는 최대 4M까지 자랄 수 있다. AI 이미지.
지난 21일 여주시와 국립생물자원관 등에 따르면 시 환경보호과가 최근 소양천에서 포획한 악어는 몸길이 80㎝가 넘는 샴악어로 최종 판명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의 분석 결과, 당초 카이만으로 추정됐던 개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Ⅰ에 등재된 '국제적멸종위기종'인 샴악어였다.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샴악어는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야생 개체 수가 급감해 국제적으로 엄격한 보호를 받는 민물악어다. 국내에서도 수입과 사육이 엄격하게 제한되며 불법 유통하거나 무단으로 유기할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받는다.
현재 해당 악어는 여주 위더스 유기동물보호센터로 옮겨져 보호받고 있으며, 시는 관련 절차에 따라 10일간 유기동물 공고를 내고 소유주를 찾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악어가 자연적으로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불법으로 반입돼 애완용으로 거래된 뒤 사육을 감당하지 못한 소유주에 의해 버려졌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알게 모르게 늘어나는 희귀동물 밀수입
지난 18일 오전 여주시 소양천에서 생포된 샴악어. ⓒ여주시
이번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희귀동물의 국내 유입은 여전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CITES에 따르면 현재 약 4만 종의 동식물이 등재돼 있으며, 이들의 국제 거래는 엄격한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제적 멸종위기종 수출입 허가 건수는 2022년 7280건에서 2023년 7472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24년에는 1만 건을 넘어서며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후에도 이러한 증가 흐름은 2025년과 2026년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합법적 국제멸종위기종 수출입은 비상업적 목적 국제 박람회 및 전시, 동물원 간 교류 및 종 번식, 학술 연구 및 교육 등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악용한 불법 거래 시도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기관의 설명이다.
국립생태원 보호시설에는 2023년 기준 국제 멸종위기종 48종 263마리가 보호되고 있었으며, 이후에도 구조·보호 개체 수는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관세청 역시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부터 관계기관 협업체계를 강화하고, 불법 반입 차단과 선별검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 생명이 아닌 '짐'처럼 취급되는 밀수 동물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사바나왕도마뱀(왼쪽), 뉴기니아앵무(중앙), 흰머리비단원숭이. ⓒ연합뉴스, 인스타그램
희귀동물 밀수는 거래 자체도 지적되지만 운반 과정의 잔혹성 또한 도마 위에 오른다.
적발되는 동물 상당수는 이미 탈진과 탈수, 저체온, 외상, 질병을 앓고 있으며 좁은 은닉 공간에서 장시간 이동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하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CITES 동물보호시설에 따르면 초록나무비단뱀을 장난감 뱀 속에 숨기거나 왕도마뱀을 텀블러 안에 넣고, 스테인리스 김치통 같은 밀폐 용기에 넣어 밀반입한 사례도 있었다. 적발 되지 않기 위해 생명을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화물을 숨기는 방식과 다를 바 없이 취급하는 것이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국제 멸종위기동물을 밀수입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법 거래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희귀동물을 찾는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고가 거래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종으로는 샴악어를 비롯해 사바나왕도마뱀, 미얀마왕뱀, 황금태양앵무, 뉴기니아앵무, 진공작, 검은손기번, 흰머리비단원숭이 등이 있다.
#맹독성 동물과 전염병까지… 결국 사람에게 돌아오는 위험
일부 매니아들은 맹독성 절지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우기도 한다. ⓒ연합뉴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희귀동물 밀수는 동물보호 문제를 넘어 시민 안전과 공중보건 문제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샴악어는 아직 어린 개체지만 성체가 되면 최대 4m까지 자라는 대형 포식자다. 비교적 온순한 성향으로 알려져 있지만 영역 의식이 강해 위협을 느끼거나 자극받으면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 더욱이 발견 장소인 소양천 일대는 시민들의 왕래가 잦은 산책로인 만큼 인명 피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맹독성 절지동물 밀수도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2016년 인천본부세관은 전갈과 지네 등 맹독성 유해곤충 300여 마리를 여행용 가방에 숨겨 밀반입하려던 여행객을 적발했다. 희귀 곤충을 사육하는 일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맹독성 전갈과 거미, 지네 등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으며, 야성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독니를 제거하지 않은 개체를 선호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병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거북이나 파충류는 살모넬라균을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으며 국내외 감염 사례도 보고됐다. 영장류는 사람과 생물학적으로 가까워 각종 호흡기 질환과 바이러스성 질환을 옮길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16년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늘보원숭이와 게잡이원숭이 등을 불법 거래한 일당 15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희귀동물을 구입한 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돌며 체험수업을 진행하거나 사설동물원에서 전시·사육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와 검역이 확인되지 않은 동물이 어린아이들과 직접 접촉했다는 점에서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우려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