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2분기에도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회장직 연임을 위한 퍼즐이 거의 다 맞춰졌다.
양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KB금융지주의 실적을 개선시켜왔다. 취임 이후 연간 기준으로는 한 차례도 리딩금융그룹의 자리를 경쟁사인 신한금융그룹에게 빼앗기지 않았고, 격차를 오히려 벌리기까지 했다.
마지막 남은 조각으로 꼽혀온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편 변수 역시 뜯어보면 양 회장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논의 중인 개편 방향이 양 회장의 연임 과정에서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1기 임기의 마지막 실적 성적표를 또 한번 '역대급'으로 받아들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 양종희 1기 임기 중 마지막 성적표 나왔다, 임기 내내 실적 개선세 유지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KB금융그룹의 2분기 실적은 양종희 회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기 전 공개되는 마지막 실적발표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3일 양 회장과 이환주 국민은행장 등 6명의 숏리스트를 확정했고, 오는 8월 27일 1차 인터뷰에서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한 뒤 9월 11일 최종 후보 1인을 정한다. 3분기가 채 끝나기 전에 양 회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KB금융은 이날 2분기 당기순이익(지배주주귀속 기준)이 1조9922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1조7384억 원)보다 14.6% 증가한 규모다. 아직 어떤 금융지주도 밟아본 적 없는 분기 순이익 2조 원에 아쉽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상반기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4.09%, 6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비율과 BIS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3.74%, 15.91%를 기록했다.
비은행 계열사의 상반기 그룹 내 실적 기여도는 44%까지 상승했다. 특히 증권의 기여도는 21% 수준까지 확대되면서 비은행의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
양 회장의 임기 전체로 봐도 실적 개선 흐름은 꾸준히 유지돼 왔다. 양 회장은 2023년 11월 취임했는데, 사실상 1기의 첫해인 2024년 KB금융지주의 연간 순이익은 5조782억 원으로 역대 최초로 5조 원을 돌파했고, 2025년에는 이 수치가 5조8332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 지배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로 지목한 이후 금융당국은 8대 금융지주 지배구조 특별점검에 나섰고, 금융위원회는 CEO 연임을 한 차례로 제한하고 연임 시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이달 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 회장 인선이 진행되는 도중 연임의 규칙이 다시 쓰이는 셈이다.
그런데 거론되는 조항을 하나씩 뜯어보면 양 회장을 막는 장치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먼저 연임 횟수 제한은 '초임 3년+연임 3년, 최장 6년' 구조로 거론되는데, 이번이 첫 연임 도전인 양 회장에게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개편안이 겨냥하는 것은 3연임 이상의 장기 집권으로, 양 회장의 연임은 여전히 제도가 허용하는 ‘정상 경로’로 남게 된다.
◆ 특별결의 도입되면 변수는 80%의 외국인 주주, 양종희 실적과 주주환원으로 넘는다
두 번째는 금융지주 회장 연임 결의에 특별결의를 도입하는 안이다. 이러한 개편의 취지는 자칫 '이너서클'이 될지도 모르는 이사회에서 '주주'로 결정권을 옮기고, 그 통과 문턱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KB금융지주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이마저도 큰 장애물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22일 기준 KB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무려 79.41%다. 이들의 표심을 좌우하는 것은 자국 정부의 기류가 아니라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주환원이다.
KB금융지주의 총주주환원율은 지난해 52.4%까지 올라섰다.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KB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1조2천억 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이어 23일 실적발표와 함께 하반기 자사주 매입 금액으로 7천억 원을 예고했다.
나상록 KB금융지주 재무 담당 전무는 2026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주주환원 규모를 약 3조7천억 원으로 예상했다. 2026년 연간 순이익 컨센서스인 6조6067억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026년 주주환원율 전망치는 56%에 이른다.
역대 최대 실적을 지속적으로 갱신해내고 주주환원율은 56% 안팎, 연 2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제시한 현직 회장을 두고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연임 반대를 권고할 근거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에서 연임 결정의 문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주주에게 잘한 회장'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셈이다.
물론 금융당국이 회추위 운영 방식 자체에 보완을 요구할 가능성, 지배구조 개편안의 최종안에 예상 밖의 조항이 담길 가능성 등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직접 KB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를 목표로 삼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안이 KB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라며 “다만 만약 3연임 제한이 현실화된다면 연임을 하더라도 다음 임기가 양 회장의 마지막 임기로 확정되는 만큼 경영 전략 등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잇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