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마지막 수단'으로 미뤄온 보유세 강화 카드를 조만간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올해 1월 "세금으로 집값 잡는 거는 웬만하면 안 하겠다. 제가 최대한 뒤로 미루려고 한다"고 밝혔는데, 이번에 보유세 정상화가 늦어진 결과 집값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랐다며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서라도 미래의 시장 충격에 대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 후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동의한다"며 "어느 범위에서 강화할지, 어떤 차등을 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유세 상향은) 과거에 했어야 할 일이다. 과거에 보유세를 정상화했다면 이렇게까지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통상적인 선진국 수준으로 하려고 해도 최하 세 배는 올려야 한다. 지금 세 배를 올리면 폭동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장 보유세를 세 배로 올리겠다는 발표라기보다 선진국과의 격차와 조세 저항의 가능성을 함께 설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미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정책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너무 많이 올랐다. 내려가기가 너무 어렵다"며 "이거는 언젠가는 터진다. 어느 세대에 누가 당할지는 모르지만 대한민국에 엄청난 충격을 주게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정치적 손해를 좀 보더라도 대비는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 과세 기준으로는 주택의 용도와 가격, 보유 주택 수를 함께 따지는 방안을 제시했다. 통상적인 1주택에 적정한 보유 부담을 설정한 뒤 거주 목적이나 주택 가격, 지역 등에 따라 감면하거나 가중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실거주 1주택'이라는 용어도 '거주용 1주택'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직장과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잠시 다른 곳에 머무는 경우까지 비거주 투자용 주택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자신도 청와대 공관에 거주해 기존 주택이 비어 있는 상황을 예로 들며 실제 거주 여부만으로 주거용과 투자용을 가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토론회에서 보유세 강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 세 부담의 임차인 전가, 거래 위축을 우려하는 반론도 나왔다. 규제를 강화하면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아 거래가 오히려 잠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토론회 말미에 조세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과 개혁에 따르는 갈등을 언급하면서도 "사회 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필요하다. 자주 오는 기회는 아니다"라며 "최근 (개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나고 있다"고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검토해 이달 안에 세제개편안을 발표한다. 초고가주택의 기준과 거주용 주택의 범위, 다주택자에게 매각 기회를 부여할 퇴로 등이 향후 제도 설계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