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걸프 연안 국가를 넘어 1300km 거리의 요르단 미군기지까지 미사일로 정밀 타격하면서 미국이 중동 작전을 수행할 '안전지대'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이란이 미군 기지 등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있으며, 고성능 미사일 발사 역량도 건재하다는 외신 분석이 나온다. 7월7일 시작된 미국-이란전쟁 2라운드가 미국의 일방적 폭격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군은 토마호크 등 장거리 미사일을 소진해 폭격기를 이용한 폭격 위주로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요르단 기지까지 이란의 미사일에 노출되면서 원거리 기지에서 폭격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공중급유기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그만큼 작전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위험도는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 공군이 2026년 4월14일 공개한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 레이더'의 모습. ⓒ 미국 공군=연합뉴스
23일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최근 17일과 20일 요르단 알아즈라크 미국 공군기지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미군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미군 방공망은 이란의 공격을 3차례 연속 막아내지 못했고 미군의 조립식 숙소가 직격당해 미군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공격에 사거리 최소 1448km에 달아하는 이란의 중거리 미사일 '케이바르 셰칸'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미군 수뇌부를 인용해 전했다. 이는 이란의 미사일 재고가 소진되지 않았고 여전히 정밀 타격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뉴욕타임스도 최근 2주 동안 피격을 받은 미군기지와 기타시설과 관련된 시각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란이 목표물에 정밀타격을 입힐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22일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군사적 역량이 약화됐거나 파괴됐다고 여러 차례 반복한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요르단까지 정밀 타격, 미군에 실질적 위협 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에 누워 있는 합성사진이 2026년 7월2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한 건물외벽에 설치돼 있다. ⓒ AFP통신=연합뉴스
이란은 앞서 7월9일에도 요르단 미군기지에 탄도미사일 10발을 발사한 바 있다. 당시에는 요르단군이 8발을 요격해 인명피해가 없었다.
이란은 이미 쿠웨이트의 패트리엇 요격체계, 카타르의 조기경보 체계, 바레인의 연료탱크를 공격한 바 있어서 걸프 연안국 전역은 순차적으로 이란의 타격대상에 포함돼 왔다.
이번 요르단 알아즈라크 미군기지 공격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걸프 연안국보다 훨씬 먼 거리임에도 정밀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알아즈라크 기지는 이란에서 대략 1300km 정도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의 요르단 알아즈라크 미군기지 타격을 근거로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통해 더 넓은 범위를 공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란은 올해 3월 인도양의 영국과 미국 공동기지인 디에고 가르시아(이란에서 약 3800km 떨어진 곳)까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전례가 있다.
블룸버그는 사거리 4000km에 달하는 미사일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서유럽 주요도시가 이란의 공격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군 공중급유 의존, 갈수록 높아진다
미군 전투기가 항공모함에 착륙하는 모습. ⓒ AFP통신=연합뉴스
이란에 근접한 미군기지가 잇따라 타격을 받으면서 미군은 공중 군사작전을 펼치는 데 있어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미군은 이스라엘, 요르단, 남유럽 기지에서 장거리 출격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에 따라 공중급유기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7월 이스라엘 벤구리온 국제공항과 라몬공항에 각각 30여 대씩 배치된 공중급유기에 더해 수십 대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이스라엘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분쟁 전문매체 리스판서블 스테이트크래프트에 따르면 미국-이란전쟁 초기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 관할구역 인근에 배치된 공중급유기는 최소 108대였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과거 2003년 3월 벌어졌던 이라크전쟁 수준에 근접한 수준으로 풀이된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공중급유기 배치 증강은 미국 공군이 이란의 사거리 바깥에 위치한 먼 기지에서 전투기를 발진시키려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바라본다.
이란의 미사일 사거리가 확대될수록 미군으로서는 근접기지를 활용하지 못하고 원거리 기지와 공중급유기 조합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적 제약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