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 일가가 암호화폐로 자산을 불리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대통령을 믿었다가 재산을 잃었다는 보도가 외신에서 나왔다.
자신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 비판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7월1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미국 대통령 전용 리무진으로 걸어가고 있다. ⓒAFP통신=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암호화폐로 막대한 횡재를 했으나 수많은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산을 불린 수단으로서 사용한 암호화폐로는 크게 트럼프($TRUMP)밈코인과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토큰이 있다.
밈코인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각종 농담, 창작물, 패러디물 등 '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암호화폐다. 특별한 목적이나 기술력 없이 인기 캐릭터나 인물의 이미지를 앞세워 개발된다.
많은 개미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든든한 뒤받침이 되기에 트럼프 밈코인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에 기반해 투자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암호화폐 분석 회사인 체이나리시스를 인용해 "2025년 중반 기준으로 트럼프 밈코인에 투자한 58명의 투자자의 총 수익은 약 11억 달러(약 1조7100억 원)에 달했다"며 "하지만 같은 시기에 약 76만4천 개의 암호화폐 계정은 트럼프 밈코인 투자로 손실을 봤고, 이들 대부분이 소액을 보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밈코인이 거래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 수수료를 챙겼고 이런 수수료와 코인 관련 수익을 합쳐 수억 달러의 이득을 본 것이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3일 전인 2025년 1월17일 대중에게 트럼프 밈코인 구매를 촉구했고, 이틀 뒤 트럼프 밈코인은 사상 최고가인 개당 75.35달러(11만7천 원)를 기록했고 로이터가 4월30일가 보도했다.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했고, 그 수수료를 챙겨 돈을 번 셈이다.
이후 트럼프 밈코인 가격은 80%나 하락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밈코인이 트럼프 대통령 일가에게 약 6억1600만 달러(약 9660억 원)의 수익을 안겨줬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는 손실을 입혔고 손실액은 총 7억 달러(약 1조1천억 원) 이상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사업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름을 프로젝트에 빌려주는 라이선스 계약으로 트럼프 밈코인에서 돈을 벌기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들들과 함께 설립한 암호화폐 기업인 월드리버티가 발행하는 WLFI 토큰의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득을 보고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는 상황이 동일하게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WLFI 토큰 판매 직전에 "이 토큰이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의 중심지로 만들 것이다"라며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인 트루스소셜에서 홍보했다.
월드리버티는 토큰 발행 다음 투자자들이 보유량의 20% 이상을 매도하는 걸 금지했다. 올해 4월에 월드리버티는 WLFI 토큰이 모든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게끔 제한을 푸는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30년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많은 투자자들은 WLFI 토큰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익을 실현할 수 없어 불만과 좌절감을 토로했다.
한 투자자는 로이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종료가 제한 해제 시점이라는 것은 그 전에 투자자들로부터 최대한 많은 돈을 빼내기 위한 완전한 사기극이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WLFI 토큰은 단순히 트럼프 일가를 부유하게 만드는 수단이다"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4월30일 기준 트럼프 일가가 WLFI 토큰으로 14억 달러(약 2조1700억 원)를 넘는 수익을 벌었고, 투자자들의 총 손실액은 6억7400만 달러(약 1조500억 원)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반하장 태도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부터 밈코인의 가치가 떨어지자 직접 나서 밈코인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5월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 클럽에서 밈코인 최고액 구매자들을 위한 별도 만찬을 열어 투자자들에게 추가 투자를 독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에도 플로리다주 마라라고에서 비슷한 행사를 열었다.
올해 마라라고에서 열린 트럼프 밈코인 행사에 참석한 모튼 크리스텐슨 투자자는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밈코인은 완전히 죽었다"며 "누가 97%나 떨어진 밈코인에 관심을 가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들은 대통령직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를 피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해 충돌 문제에 대한 지적을 두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암호화폐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임에도 암호화폐 기업을 직접 설립하거나 판매해 큰 이득을 챙겼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 이해충돌 비판이 일었지만, 신경쓰지 않다면서 무시해버린 셈이다.
리 라이너스 전 연방준비은행 검사관은 뉴욕타임스에 "미국 대통령이 수많은 지지자들을 희생시키면서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 경력 전체를 통틀어 벌어들인 돈보다 그가 취임 이후 암호화폐로 벌어들인 돈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국장 존 리드 스타크 역시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 짓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이익을 취하는 시가 조작과 같은 수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