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건설사 최초로 '도시정비 10조 클럽'을 달성한 현대건설이 올해 목표인 12조 원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핵심 사업지인 압구정에서 연이어 소음이 발생하며 사업 일정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 최고의 '주택사업 전문가'인 이한우 대표의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 찾아온 셈이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이 '텃밭'인 압구정 수주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현대건설
21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올해 성적표는 사실상 압구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현대건설이 목표로 잡은 도시정비 수주액은 12조 원으로,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치 10조5천억 원을 14%가량 웃돈다.
이 가운데 압구정3구역과 5구역의 공사비는 각각 5조5610억 원, 1조4960억 원으로 합산하면7조570억 원에 달한다. 이는 현대건설 연간 목표치의 60%를 차지하는 비중으로, 현대건설로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승부처다.
이미 지난 2월 4258억 원 규모의 군포 금정2구역 재개발 사업, 3월 6607억 원 규모의 신길1구역 공공재개발 사업 등을 확보한 상황에서 압구정 수주에 성공할 경우 상반기 수주액은 단숨에 6조6475억 원으로 뛰어오르며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다.
업계의 시선이 이한우 대표에게 쏠리는 이유는 그가 현대건설에 30년 넘게 몸담은 '주택사업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과거 주택사업본부장 재임 시절부터 압구정지구 재건축을 위해 직접 전담 TF를 꾸리는 등 수년째 현장을 직접 챙겨왔다.
그에게 압구정은 단순한 사업지를 넘어 자신의 전문성과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THE H)'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상징적 장소다. 직접 초석을 다진 현장에서 목표 달성을 앞두고 돌발 변수가 불거지면서 이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가장 큰 고비는 당장 5월25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압구정3구역이다. 현대건설이 두 차례 단독 입찰하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지만, 사업지 내 일부 토지의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변수로 떠올랐다.
과거 1970년대 등기부 전산화 이전의 행정적 오류로 인해 현대건설 명의의 토지에 대해 일부 조합원들이 소유권 이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해 8월 시작된 이 소송은 아직 1심 결과조차 나오지 않아, 최악의 경우 관리처분인가 등 향후 인허가 단계에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건설과 조합 측은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분 소유권 소송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법원의 결정을 따를 것이며 시공사 선정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압구정3구역 조합관계자도 "조합원과 현대건설의 소송은 진행되고 있지만 시공사 선정은 이와는 별개로 원래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법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시공사 선정 이후에라도 사업 속도가 저하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압구정5구역 상황도 녹록지 않다. 경쟁 입찰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경쟁사인 DL이앤씨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DL이앤씨 측이 조합 지침을 어기고 서류를 무단 촬영한 정황이 포착되자 현대건설은 즉각 고소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입찰 절차가 열흘간 중단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또한 5구역 역시 3구역과 유사한 소유권 이전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외부 경쟁사와의 갈등뿐 아니라 내부 법적 불확실성까지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