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운송 차단 등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쿠바와 미국이 최근 비공개 양자 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양국 대표단이 지난 10일 쿠바 아바나에서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쿠바 아바나에 있는 미국 대사관 빌딩. ⓒEPA=연합뉴스
이번 회담은 구체적 참석자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쿠바 측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차관보급 인사와 쿠바 외교부 차관급 대표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회담 사실을 확인하면서, 쿠바 경제가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측은 회담에서 쿠바가 외환 부족, 에너지 공급난, 식량 및 의약품 부족 등 복합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미국이 요구하는 쿠바의 구조 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하다면 외교적 해결을 추구할 의지가 있지만, 쿠바 지도부가 개혁을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는 쿠바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베네수엘라 사례처럼 군사적 개입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미국과 쿠바는 이번 회담에서 △쿠바 내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 보급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몰수된 미국인 자산에 대한 보상 문제 △정치범 석방 및 정치적 자유 확대 △외국인 투자 유치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대표단이 쿠바를 방문한 것은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방문 이후 약 10년 만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이후 여러 차례 쿠바의 정권교체 필요성을 언급하며, 석유 봉쇄 등 강도 높은 제재로 쿠바를 압박해왔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상대로 한 군사적 성과를 언급하며, 쿠바에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