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철강 계열사 포스코의 해외 생산거점을 확장하는 '현지화 전략'의 토대를 마련한다.
장 회장은 포스코의 숙원사업인 인도 일관제철소 진출을 첫 시도로부터 22년 만에 확정하는 등 글로벌 철강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른쪽부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이희근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자얀트 아차리야 JSW스틸 사장, 사잔 진달 JSW그룹 회장이 20일(현지시각) 인도에서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합작투자계약(JVA)를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
다만 포스코가 해외 진출과 함께 국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5년 동안 10조 원 이상의 투자를 앞둔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 투입에 따른 재무 리스크를 각별히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인도 오디샤주의 일관제철소 투자는 장 회장의 강한 현지화 전략 의지를 통해 22년 만에 인도 진출을 결정지었다는 데서 의미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전날(현지시각) 인도 현지에서 포스코는 인도 1위 철강사 JSW스틸과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다. 일관제철소는 쇳물을 생산하는 제선,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 철강재를 생산하는 압연 등 모든 공정을 갖춘 제철소를 말한다.
장 회장은 2024년 취임 이후부터 철강 분야의 현지화 전략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직접 인도 진출에 공을 들인 결과 포스코의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제철소 건설 투자를 확정하게 된 것이다.
포스코는 2004년부터 인도 상공정(제선·제강) 진출을 모색해 왔다. 1년 뒤인 2005년 인도 오디샤주정부와 제철소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일관제철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합작사 물색, 부지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어 사업 진행이 지체됐다. 환경 파괴를 앞세운 현지 주민들의 반대까지 부딪혔고 인도 정부도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2017년 포스코가 오디샤주 정부로부터 인수했던 부지 223만㎡(약 68만 평)를 반납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고 이후에도 꾸준히 인도 진출을 모색해왔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전기강판 공장, 자동차용강판 공장 등 하공정(압연 등) 생산거점은 마련했지만 상공정을 포함한 제철소 건설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장 회장 취임 후 사업 진척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포스코그룹은 2024년 10월 JSW그룹과 철강에 배터리 소재, 재생에너지 분야까지 포함한 포괄적 사업협력을 약속했다. 당시 장 회장은 취임 직후 발표했던 7대 미래혁신 과제 가운데 하나인 '철강경쟁력 재건' 일환으로 상공정 중심의 글로벌 투자를 본격화했고 이는 인도 1위 철강사와 협력을 약속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JSW그룹과 주요 조건합의서(HOA)를 맺었고 이번 한발 더 나아가 포스코와 JSW스틸 사이에서 일관제철소의 건설 지역, 생산 규모, 지분 구조 등을 구체화한 것이다. 장 회장이 과거 인도 투자를 단독으로 추진하면서 겪었던 난관을 현지 1위인 JSW스틸과의 협력으로 결실을 본 셈이다.
최근 철강 산업이 오랫동안 침체기를 지나는 가운데 해외 진출은 중장기 활로를 모색할 방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장 회장의 글로벌 철강 현지화 전략과 실행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철강 산업은 국내 제조업 경기 둔화 및 건설업 업황 악화,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및 저가 제품의 확장, 관세로 대표되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이 겹겹이 쌓이며 2022년부터 장기 침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철강업계 안팎에서는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의 지원이나 중국 기업들의 감산에 더불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해외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것은 기업이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현대제철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일관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도 20% 지분을 통해 참여하기로 확정했다. 완공 목표 시점 기준으로 포스코는 미국에서 2029년부터, 인도에서 2031년부터 제철소를 가동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장 회장은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데 기틀을 확실히 다지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인도 일관제철소 건설을 포함해 포스코가 향후 5년 동안 10조 원 이상의 적지 않은 투자가 예정된 만큼 포스코가 재무 부담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인도 일관제철소 투자에는 72억8800만 달러, 한화로 약 10조7천억 원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포스코는 지분 50%에 해당하는 5조3500억 원을 담당한다. 이 가운데 1조6천억 원은 현금으로 출자하고 나머지 3조7500억 원은 차입을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또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일관제철소 건설과 관련해 8586억 원을 현금출자하기로 지난해 말 이사회 결의를 마쳤다.
포스코 역대 해외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투자인 인도 일관제철소를 포함해 6조2천억 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해 포스코그룹 전체 설비투자(CAPEX)가 7조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투자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포스코는 국내에서도 2030년까지 4조 원 이상의 투자를 남겨두고 있다. 포스코 사업보고서의 '설비의 신설 및 매입계획'에 따르면 성능 복원을 위한 '포항 3기 코크스 개수 등(1조8819억 원)', 수소환원제철 기술 혹보를 위한 '포항 하이렉스데모플랜트 건설 등(1조1519억 원)'을 포함해 2030년까지 모두 4조2304억 원 이상의 투자 예정금액이 잡혀 있다.
인도와 미국에서 현지 일관제철소를 마련하고 국내 설비를 신설하는 투자를 포함하면 모두 10조4천억 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신용평가업계와 포스코그룹의 말을 종합하면 포스코는 중기 투자를 감내할 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러 재무 지표가 자금 소요나 차입 부담을 짊어질 정도로 유지되고 있고 투자 자체가 수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연결기준으로 최근 매년 4조 원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하고 있다. EBITDA는 영업이익에 현금 지출이 없는 비용인 감가상각비 등을 포함한 지표로 기업의 현금창출 능력을 의미한다. 포스코는 2023~2025년 사이 매년 4조5천억 원 이상의 EBITDA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같은 기간 EBITDA 대비 총차입금 비율은 2.5배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2023년 52.0%, 2024년 54.1%에서 2025년 47.0%로 소폭 하락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8일 '국내 철강업계가 직면한 3가지 부담요인' 보고서에서 재무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포스코를 포함한) 주요 철강사들은 이전 호황기 축적해둔 재무적 완충력을 바탕으로 차입부담을 원활히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인도 일관제철소 관련 투자할 총 자본 금액은 약 1조6100억 원이고 출자 금액은 건설기간 사이 분할 집행할 것"이라며 "3조7500억 원가량의 나머지 금액은 차입으로 조달하고 구체적 방안이 확정되면 이사회에 별도로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