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환율 불안 등 외부 요인이 겹치면서 생활 전반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가 일상화되자 소비자들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기보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양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비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다. 두 유통 채널은 대용량·묶음 판매 구조를 기반으로 고물가 시대의 수요를 흡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플랫폼을 활용해 창고형 할인점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관련 실적도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SSG닷컴 트레이더스 주문 화면. ⓒ연합뉴스
15일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1월~3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상품을 원하는 일시에 배송하는 '쓱 트레이더스 배송'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했다.
특히 달걀·과일·축산물 등 신선식품 매출이 44%로 늘며 성장을 이끌었고, 간편식(40%), 가공식품(36%) 등도 대용량 상품 중심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햇다.
이는 단순한 식재료 구매가 아니라 ‘비축형 소비’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격 상승이 반복될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소비자들이 구매 시점을 앞당기고 물량을 늘리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제 소비자는 “필요할 때 조금씩 사는 것”보다 “한 번에 싸게 많이 사서 나눠 쓰는 것”을 더 합리적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소비 방식의 변화는 구매 채널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용량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이를 얼마나 편리하게 구매하고 전달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과거 창고형 할인점은 ‘직접 방문해야 하는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과 결합하며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SSG닷컴은 원하는 시간에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멤버십 혜택까지 결합하면서 장보기 편의성을 높였다. 이는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멤버십·물류·반복 구매가 결합된 ‘플랫폼형 유통’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대용량 상품은 배송 효율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주문 1건당 객단가가 높아지고, 물류 효율도 개선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유통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실적은 이러한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마트의 트레이더스 사업부는 올해 1분기 잠정 매출은 1조 원을 돌파하며 지난해 1분기보다 9.7% 성장한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이마트 전체 사업부 매출이 4조7139억 원으로 성장률이 1.9%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동일 기업 내에서도 창고형 포맷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코스트코 홀세일 역시 올해 2분기 글로벌 기준 매출이 103조 원에 육박하면서 지난해 2분기보다 9.2% 성장했고, 순이익은 2조7천억 원가량으로 같은 기간 13.8% 늘었다. 지역별로도 미국 6%대, 캐나다와 기타 지역에서 7%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고른 확장세를 보였다.
특히 코스트코는 멤버십 수수료가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자 충성 고객 중심의 사업 모델이 실적을 지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도 회원 갱신율이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격 경쟁력을 넘어 정기적인 소비 채널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생활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업황이다. 대형마트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2030년까지 매장을 30개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코스트코 역시 수도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지방 출점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유통업 내에서도 ‘성장하는 포맷과 쇠퇴하는 포맷’이 명확히 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가 양극화되면서 ‘중간 가격·중간 용량’ 전략에 머문 기존 대형마트의 경쟁력은 약화되는 반면, 창고형 할인점은 ‘초저가·대용량’이라는 명확한 전략으로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