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장가에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의 흥행 돌풍 이후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라이언 고슬링 주연 SF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그 자리를 빠르게 위협하는 한 작품이 등장했다.
바로 공포영화 ‘살목지’다.
역대 박스오피스 매출액 1위를 달성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왼쪽), 영화 '살목지' 포스터. ⓒ쇼박스
기이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저수지를 배경으로 방송사 촬영팀이 겪는 일을 그린 ‘살목지’는 개봉 첫 주말에만 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14일 기준 누적 관객 수 79만 명을 기록했다. 개봉 3일 만에 11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첫 주말에만 53만 명 이상을 추가하며 개봉 6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80만 명에 근접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을 배급한 쇼박스는 이미 ‘왕사남’과 멜로 영화 ‘만약에 우리’를 연이어 흥행시키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살목지’는 신인급 배우 중심의 캐스팅과 약 30억 원 규모의 비교적 낮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3연속 흥행’이 단순한 운이 아닌 전략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0~20대들 입맛 빠르게 캐치한 영리한 마케팅
인스타그램에 2만 7천 건 이상 올라온 '살목지' 관련 쇼츠. ⓒ인스타그램
‘살목지’의 가장 큰 강점은 실제 심령 스팟 ‘살목지’ 자체가 소재로서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충남 예산의 실제 괴담 스폿을 기반으로 한 설정은 이미 SNS상에서 축적된 도시전설과 맞물리며 빠르게 확산되기 좋은 구조를 갖췄다.
이미 해당 영화를 제외하고도 괴담을 다루는 유명 예능 MBC ‘심야괴담회’ 등에서 살목지에 관한 내용을 다뤘고, 이 외에도 각종 크고 작은 공포 전문 유튜브 채널 혹은 SNS 채널에서 살목지와 관련된 괴담 콘텐츠를 쏟아낸 바 있다.
특히 10~20대 관객층은 ‘네가 보면 나도 본다’는 집단 관람 성향이 강하고, SNS를 통해 관람 후기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특징을 보인다. 실제로 개봉 직후 인스타그램 릴스 콘텐츠가 2만 건 이상 생성됐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후기가 빠르게 확산됐다.
이처럼 젊은 관객층의 초기 반응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유행 콘텐츠’로 전환되며 흥행의 기폭제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SNS를 기반으로 한 이러한 마케팅 효과는 공포영화 초반 흥행의 판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공포 영화는 젊은 관객층의 반응이 흥행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곤지암' 상영 당시 전체 관객 중 10∼20대 비중은 72.7%에 달했고 후에 입소문을 타며 30대 관람객 비율까지 높아졌다. 그 외 2023년 개봉한 '옥수역 귀신'은 같은 연령대의 비중이 52%, 지난달 18일 CGV서 단독 개봉해 10만 관객을 앞두고 있는 '귀신 부르는 앱: 영' 역시 10대 30%, 20대 25%로 이들이 전체 관객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완전히 더운 6~8월 아닌, 굳이 봄에 공포영화를 내놓은 이유
6~8월 한 여름에 '살목지'가 개봉 시 쟁쟁한 해외 블록버스터들과 흥행을 겨뤄야 한다. ⓒ네이버 홈페이지
쇼박스의 전략은 개봉 시기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과거 ‘곤지암’을 통해 흥행 공식을 이미 입증했다. ‘곤지암’은 손익분기점인 70만 명을 훌쩍 넘어, 최종 26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살목지’ 역시 제작비 대비 손익분기점이 낮은 공포 장르의 특성을 적극 활용했다. 즉,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흥행 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를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특히 여름 성수기인 6~8월을 피하고 봄 시즌에 개봉한 점이 눈에 띈다. 이번 년도 한여름에 개봉시 6월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SF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DC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슈퍼히어로 영화 ‘슈퍼걸’, 픽사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5’와 겨뤄야 한다.
7월 개봉 때는 마블의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 ‘모아나’와 겨뤄야 한다. 이 같은 쟁쟁한 해외 대형 블록버스터와의 경쟁은 피할수록 흥행에 유리한 만큼, 봄은 상대적으로 경쟁작이 적어 틈새 공략이 가능하기에 시의적절하다.
동시에 날씨가 점차 더워지는 시기와 맞물려 ‘공포’라는 장르적 체감도도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계절감과 시장 상황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이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영화관 밖에서 영화는 계속된다, 체험의 확장
영화 '살목지' 속 한 장면. ⓒ쇼박스
‘살목지’의 또 다른 특징은 영화가 상영관 밖에서도 계속된다는 점이다. 이는 ‘왕사남’과 ‘곤지암’의 공통된 성공 요인이기도 하다. 각각 실제 장소인 영월 청룡포와 유명 흉가를 배경으로 삼아 관객의 ‘현장 방문 욕구’를 자극했던 것처럼, ‘살목지’ 역시 실존 장소를 활용해 체험을 확장시키고 있다.
실제로 SNS에는 ‘살목지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으며, “새벽 3시 상황”이라며 차량이 줄지어 있는 사진이나 내비게이션 앱에 찍힌 실시간 방문 차량 수 캡처 이미지까지 공유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직접 가보는 경험’으로 이어지며, 다시 온라인 콘텐츠로 재생산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재관람 유도는 물론, 잠재 관객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홍보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