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촉발된 '3고'(고유가·고금리·고환율) 시대. 한동안 잦아드는 듯했던 이 불청객이 최근 이란전쟁으로 다시 찾아왔다. 기름값은 치솟고, 금리는 쉽사리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MZ세대는 '무지출 챌린지' 같은 과감한 실험에 나서기도 한다. 다만 현실은 냉정하다. 하루 세 끼를 모두 굶을 수는 없기에, MZ 세대는 소비를 '비틀어' 버틴다.
'고전적으로' 그냥 절약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만의 힙한 감성으로 교류하고, 3고 시대를 헤쳐나가고 있다.
1만 원 이하 식당을 찾는다면, '거지맵'
거지맵 이용자를 일컫는 '거지'들은 그들 간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1만 원 이하 맛집을 서로 추천하고 추천받는다. ⓒ거지맵
거지맵은 한 끼 만 원 이하 '극가성비' 식당 정보를 이용자들끼리 공유하는 온라인 지도 서비스다. 스스로를 '거지'라 부르는 이용자들이 대학가와 직장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만 원 이하 맛집을 추천하고, 별점과 후기를 남긴다.
말 그대로 '거지들의 집단지성'이 만들어낸 지도다.
지도에는 가격 대비 양이 많거나 가성비가 뛰어난 식당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점심 값을 아끼려는 이들은 이 지도를 따라 동선을 짜고, 약속 장소까지 '거지맵 기준'으로 정하기도 한다.
금액은 1만 원 이하로 단단히 묶어뒀다. 서칭 한 번이면 메뉴판부터 음식 사진, 이용자 평점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2026년 3월 기준 서울에 등록된 식당만 약 200곳, 지방 주요 도시까지 합치면 모두 446곳에 이른다.
돈 없어도 디저트는 포기 못한다, 폐기 전 디저트 싸게 파는 '마감히어로'
마감히어로 앱을 통해 마감 폐기 직전의 디저트를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마감히어로
식사 배와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말, '3고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마감히어로는 이런 소비자들의 디저트 욕구를 겨냥한 앱이다.
이용 지역을 설정하면 인근 카페·베이커리의 남은 디저트를 최대 6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가게별 실시간 재고를 확인해 예약까지 걸 수 있다.
2025년 12월 기준 전국 700여 개 가맹점이 등록돼 있으며, 베이커리를 넘어 떡·샐러드·반찬 가게 등으로 입점 업종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못생겨도 맛만 좋아요, '어글리'한 채소 먹어서 구출하는 '어글리어스'
어글리어스는 규격을 벗어나 폐기될 위험에 처한 채소를 저렴하게 유통하는 앱이다. ⓒ어글리어스 인스타그램
우리나라 농산물의 약 30% 정도가 모양이나 크기가 기준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탈락하는 셈이다.
어글리어스는 이렇게 '자격 미달'로 분류된 못난이 채소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서비스다. 겉모습은 울퉁불퉁하지만 신선도에는 문제가 없는 농산물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글리어스 이용자들은 앱 내 커뮤니티를 통해 채소 요리 레시피를 서로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어글리어스
현재 앱 누적 가입자는 80만 명을 넘어섰고, 못난이 채소를 넘어 수산·축산 등으로 카테고리도 확장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앱 내 커뮤니티에서 자신만의 채소 요리 레시피를 공유하며 소비를 이어간다.
야식 주문의 느낌만 내는 가짜 배달 서비스 '음식만안와요'
음식만안와요 서비스의 배달 완료 화면에는 음식을 먹지 않음으로써 아낀 칼로리가 보상처럼 제시된다. ⓒ음식만안와요
아예 돈은 쓰지 않으면서, 소비하는 느낌만 내는 '웃픈' 웹 페이지도 있다. '음식만안와요'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일반 배달앱처럼 메뉴를 고르고 주문 과정을 거치지만, 실제 결제나 음식 수령은 이뤄지지 않는다.
대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음식을 먹지 않음으로써 아낀 칼로리를 안내하는 문구가 전송된다. "토끼 배달 완료! 1800칼로리 아끼셨어요!!" 같은 식으로 말이다.
주문과 기다림은 그대로 두고, 소비만 쏙 빼낸 구조다.
이 서비스는 소비를 충족시키기보다, 잠시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말 그대로 '웃프게' 식비 지출을 절약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얇아질 지갑을 지키기 위한 절약 방식이 유망한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나 저렴하게 잘 먹고, 얼마나 잘 참느냐'가 새로운 소비 유행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MZ의 절약은 생각보다 꽤 유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