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아워홈 인수로 인한 '경영권 갈등'이 단순한 지분 다툼을 넘어 지배구조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등기 임원이나 주주가 아닌 상태에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러한 경영 개입이 지배구조 측면에서 정당한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아워홈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지분 58.62%를 확보하며 법적 지배력을 갖췄지만, 약 40% 지분을 보유한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김동선 아워홈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김 부사장이 실질적 의사결정을 도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사회 밖 의사결정 구조가 지배구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재계에 따르면 아워홈의 경영권 갈등은 내부 견제를 넘어 공개 충돌 양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구 전 부회장은 주주총회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 부사장은 주주도 이사도 아닌 위치에서 모든 지시를 내리면서 주총에는 나타나지도 않았다"며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은 질문에 답변조차 못하는 허수아비였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밖 의사결정 구조, 지배구조 쟁점으로 부상
논란의 중심에는 김동선 부사장의 역할이 있다. 구 전 부회장은 김 부사장이 공식 등기임원이나 주주가 아님에도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작 주주총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의사결정 영향력은 행사하면서도 법적 책임 구조에서는 벗어나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부사장은 현재 아워홈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도 등기임원이나 공식 주주 지위는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아워홈을 비롯한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로보틱스,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세미텍 등 복수 계열사에서 ‘미래비전총괄’ 역할을 맡으며 그룹 차원의 전략 기획과 사업 방향 설정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전략 조율을 넘어 사실상 ‘이사회 밖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시각이 나온다. 그룹 차원의 전략 방향이 계열사 경영진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작용할 경우, 공식 이사회 의결 이전에 경영 방향이 상당 부분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형식적으로만 작동하고, 실질적 의사결정이 외부에서 이뤄지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누가 의사결정을 하는가’가 불투명해지면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경영 리스크를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이사회 밖의 인물이 이사회보다도 더 큰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법적 책임구조로가 불명확해질 경우 결국 경영 판단의 책임이 분산되거나 이사회로 전가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복수 계열사에 걸친 역할 수행 구조가 경영 집중도 측면에서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러 기업의 전략을 동시에 관여하는 구조에서는 의사결정의 일관성과 책임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노 변호사는 “한 기업에 전념하는 구조도 경영 현실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여러 계열사를 동시에 맡는 구조는 경영 집중도와 책임 측면에서 한계를 가질 수 있다”며 “이런 구조는 보수 중심의 역할이라는 해석이 나올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워홈 측에서는 이러한 역할 구조가 그룹 차원의 전략 실행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복수 계열사에 걸친 사업 방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전략 총괄 기능이 필요하며, 부사장이자 미래비전총괄인 김 부사장이 일정 부분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운영상 자연스러운 범위라는 설명이다.
◆실질적 경영 성과 논란도, “구조적 비용 부담” vs “투자 요인” 해석 갈려
이러한 지배구조 논란은 최근 아워홈의 재무지표 변화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구 전 부회장 측은 본업에 집중하지 않고 외형 확대에 치중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최근 재무 흐름 역시 경영 의사결정 구조 논란과 일정 부분 맞물려 해석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아워홈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2조4496억 원으로 2024년보다 9.1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같은 기간 각각 9.33%, 10.3% 감소하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여기에 차입금이 2024년보다 54.5%로 크게 늘면서 부채규모가 8309억 원으로 32.6% 확대됐고, 부채비율도 100%를 웃돌았다.
아워홈 측은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 인수 등 투자 확대에 따른 일시적 자금 수요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메드갤러리아의 전신인 이 사업부는 당시 1300억 원 규모로 인수된 대형 거래로, 이를 위해 일부 비용을 차입한 영향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다만 재무 흐름을 종합적으로 보면 이를 단일 인수에 따른 일시적 요인으로만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입금 증가와 함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전년보다 40%가량 감소하며 본업에서의 현금창출력도 약화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활동현금흐름에서 1900억 원 이상의 순유출이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 투자 확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차입금 증가는 외형 확장과 현금창출력 둔화가 맞물린 구조적 변화의 일부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아워홈 측은 수익성 둔화와 관련해 단체급식 사업의 특성상 수주 뒤 매출이 점진적으로 인식되고 초기 설비 투자 부담이 크다는 점을 들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구 전 부회장 측은 판관비와 인건비 증가, 비핵심 투자 확대, 계열사 관련 비용 증가 등에 따른 구조적 비용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제조·물류 인프라보다 외형 확장에 치중한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배력 이후’의 쟁점, 핵심은 ‘책임 구조’
이번 갈등은 단기간에 해소되기보다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약 40% 지분을 기반으로 주주제안, 임시주총 소집 요구, 이사회 관련 정보 열람, 소송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영 견제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분율이 5% 이상 유지되는 한 이러한 주주권은 계속 행사 가능하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지배력 이후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의 과반 지분을 확보하며 법적·형식적 지배력을 확보한 것은 분명하지만, 기업 지배구조 관점에서 지배력은 단순한 지분율만으로 완성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지배구조 모범 규준은 이사가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직무를 수행해야 하며, 이해상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사전에 공개하고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내부 통제와 책임 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의사결정 권한이 이사회에 집중되는 동시에 그에 따른 책임 역시 동일한 구조 내에서 귀속되도록 설계된 체계로 해석된다.
이러한 구조를 고려하면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이 이사회 중심으로 일치하도록 하는 것이 지배구조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따라서 의사결정 과정이 이사회 외부에서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경우, 형식적 지배력과 별개로 실질적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는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과 책임 귀속의 명확성이 함께 확보돼야 비로소 ‘실질적 지배’로 평가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