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폴란드, 두 나라의 관계가 전날 정상 확대회담을 거쳐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13년 만에 격상했다.
두 나라의 관계가 전방위적 협력 단계로 진입한 이유는 단연 방산 부문에서 맺어온 파트너십 덕분이다. 한국은 폴란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인 2022년 7월 모두 442억 달러(약 64조 원) 규모의 방산 수출계약을 맺었다.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II'의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는 모습. ⓒLIGD&A
당시 폴란드와 계약을 통해 자주포, 다연장로켓, 전차 등의 지상 무기가 이른바 'K-방산'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상 화력체계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K-방산은 중동 전쟁을 계기로 '천궁-II'라는 방공체계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체계종합을 맡은 LIGD&A(옛 LIG넥스원)와 발사대를 개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레이더를 공급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 한화시스템 등 국내 방산기업이 천궁-II와 함께 글로벌 방산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낸다.
14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대이란 해상 봉쇄를 개시하면서 휴전 노력이 무너지고 전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현지 동부시각으로 13일 오전 10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행보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그 효과에 관해서는 미지수로 보고 있다.
AP통신은 "미국과 이란 사이 주말 휴전 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뒤 이번 봉쇄 발표가 나왔다"며 "이는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전쟁이 다시 이뤄질 우려를 불러온다"며 협상이 재개될지에 관한 소식이 아직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 예측하기 어려운 긴장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러-우 전쟁처럼 장기화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 전반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방산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여기에서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방산 무대에서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미사일 방공체계 천궁-II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천궁-II는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개발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로 국내 기업 가운데 LIGD&A가 미사일을 생산하면서 체계종합 역할을 담당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발사대와 레이더를 개발해 공급하는 구조를 지닌다.
특히 해외언론에서 천궁-II의 경쟁력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주요 나라들은 무기 조달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최근 중동 전쟁에 따라 국내 방산기업인 LIGD&A,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천궁-II의 조기 인도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걸프 주요 나라는 미국 중심의 무기 조달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는데 여기에 전쟁으로 방공 무기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천궁-II의 중요도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천궁-II는 중동 전쟁에서 유사한 중층 방공체계인 미국의 패트리엇을 대체할 만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다수 받고 있다. 최대 요격 고도는 15km로 패트리엇(20km)과 비교해 다소 낮지만 최고 수준의 요격률로 패트리엇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중동 전쟁 초기 UAE에 실전 배치됐던 천궁-II 2개 포대는 요격 미사일 60여 발을 발사했고 96%가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달 초 중동 전쟁과 관련해 "천궁-II의 데뷔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방산업계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신호"라며 "이번 전쟁으로 한국 기업들이 주목받는다면 오랫동안 업계에서 이어져 온 미국의 독점체제가 흔들리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이는 기술개발의 역사가 훨씬 오래된 미국 패트리엇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천궁-II의 기술력이 돋보이는 것이다. 패트리엇은 최초의 중거리 지대공 무기체계인 호크를 대체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개발이 이뤄졌고 1980년대 제작된 뒤 현재 버전까지 성능이 개량됐다. 그와 비교해 천궁은 1990년대 후반부터 기본형 체계의 개발이 시작됐다.
천궁-II는 방공체계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술력과 함께 가성비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패트리엇의 공급이 제약된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지닌 천궁-II의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은 최근 패트리엇 미사일의 연간 생산능력을 대폭 늘리는 결정을 내렸지만 이 과정에 7년 동안 이뤄지는 만큼 현재 규모는 연산 600발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체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천궁-II의 미사일 단가는 1발에 400만 달러(약 60억 원)인 패트리엇 미사일의 최소 절반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천궁-II가 비핵심 부품 5%가량을 제외하면 국산화율 95%를 달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외 부품 사용이 많을수록 비용 측면에서 재량권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데 높은 국산화율로 이를 극복한 셈이다.
LIGD&A와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도 자체적으로 천궁-II 추가 수주를 통해 실적 증가 기반을 더욱 단단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5년 동안 LIG넥스원의 신규수주 흐름을 분석해 보면 2021년(2조8033억 원), 2024년(3조4982억 원)과 비교해 2022년(6조3649억 원), 2023년(9조5881억 원), 2025년 10조3341억 원으로 매우 높다. 해당연도는 모두 대규모 천궁-II 수주를 기록한 해이기 때문이다.
LIG넥스원은 2022년 이라크와 3조7천억 원, 2023년 사우디와 4조3천억 원, 2025년 UAE와 2조7천억 원 규모의 천궁-II 수출계약을 맺었다. LIG넥스원에 발사대와 차량, 레이더를 공급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수주잔고에도 천궁-II 계약에 맞춘 일감이 포함돼 있다.
채운샘 하나증권 연구원은 "천궁-II는 가격 경쟁력 및 중동 주요국의 수요와 맞물려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며 "천궁-II가 공급제약이 큰 패트리엇의 한계를 메울 중층 방공체계로 부각되는 국면"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