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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신영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철저한 식단 관리와 운동을 병행해왔다.

그런 그가 절제의 굴레를 벗고 먹고 싶은 것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기로 결심한 데에는 개그 스승 고(故) 전유성의 말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허프 생각] 13년 다이어트 유지했던 김신영의 행복한 요요 : 우리는 왜 허기진 삶을 버티고 있나
방송인 김신영이 4월10일 공개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고 있다. ⓒ'엠뚜루마뚜루 : MBC 공식 종합 채널' 유튜브 채널

'짬뽕 한 그릇 편히 못 먹는 처지가 되어보니, 너는 아끼지 말고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으며 살라'는 스승의 진심 어린 한마디가 13년간 김신영을 옥죄고 있던 강박의 빗장을 비로소 풀게 했다. 

김신영은 10년 넘게 식단을 유지하면 체질이 바뀐다는 건 "개똥철학"이라며 먹기 시작하니 단 3개월 만에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신영은 먹고 싶을 때, 배고플 때 참지 않고 먹기로 했다. 그는 비로소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지금은 누가 자신의 발가락을 밟고 지나가도 화가 안날 것 같다고 말했다.

[허프 생각] 13년 다이어트 유지했던 김신영의 행복한 요요 : 우리는 왜 허기진 삶을 버티고 있나
방송인 김신영이 10일 공개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고 있다. ⓒ'엠뚜루마뚜루 : MBC 공식 종합 채널' 유튜브 채널

뼈마디를 드러낸 모델들이 런웨이를 점령하고 비만이 아닌 이들조차 더욱 마른 몸매를 위해 약물 주사를 맞는 시대에 김신영의 행복한 요요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허기진 삶을 버티고 있느냐고 말이다. 

'모든 몸은 아름답다'며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잡지 표지를 장식하던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의 시대는 한풀 꺾이고 1990년대의 앙상한 '헤로인 시크'를 연상시키는 흐름이 패션쇼와 광고를 다시 장악하기 시작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출연한 배우 메릴 스트립은 지난달 25일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러한 패션계의 이면을 지적하며 "모델들이 놀랄 만큼 마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문제는 이미 오래전에 해결된 줄 알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마른 몸을 강요하는 패션계의 관행은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모델 최소라는 2020년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과거 5주 동안 물만 마시며 179cm의 키에 체중을 45kg까지 감량했던 혹독한 다이어트 경험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기에 패션계가 원하는 마른 몸을 만들었지만 정작 자신의 속은 걸레짝이 되었는데도 사람들은 예쁘다고만 했다며 당시에 느꼈던 괴리감을 고백했다. 그는 하루에 10번 넘게 쓰러지고 스치기만 해도 사포로 긁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결국 식습관을 바로잡으며 건강을 회복하는 데 2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는 패션계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패션계에서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건강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허프 생각] 13년 다이어트 유지했던 김신영의 행복한 요요 : 우리는 왜 허기진 삶을 버티고 있나
모델 최소라는 2020년 12월 3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고 있다. ⓒ'tvN D ENT' 유튜브 채널

마름에 대한 강박이 가장 가혹하게 드러나는 곳은 아이돌 산업이다. 이곳에선 여자 아이돌은 키와 상관없이 '45kg'이라는 숫자가 넘지 말아야 할 벽처럼 존재한다. 남자 아이돌 역시 슬림한 핏을 만들기 위해 50~60kg대의 마른 체격을 유지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오직 카메라에 예쁘게 담기기 위한 직업적 선택이라기엔 건강을 희생시키는 그 기준이 지나치게 가혹하다. K-팝 산업에서 마른 몸은 여전히 철저한 자기관리나 프로다움의 상징으로 잘못 인식되며 화려하게 만들어진 이미지 뒤에서 어린 아이돌들의 건강은 점차 밀려난다. 

마름을 향한 집착은 이제 국경을 넘어 자본 및 약물과 결합하며 더욱 기형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급격한 체중 감량을 둘러싼 이른바 '오젬픽 의혹'은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이 미용을 위한 감량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을 보여준다. 눈을 의심케 할 만큼 단기간에 이뤄지는 극적인 변화는 우려를 자아낸다. 급격하게 지방이 빠지면서 피부가 처지고 휑해진 이른바 '오젬픽 얼굴(Ozempic face)'는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종종 거론된다. 레드카펫 위 스타들의 모습에서 이 기이한 징후가 포착될 때마다 외신들은 약물 오남용 가능성을 제기하며 마름을 향한 사회적 강박을 조명하고 있다. 

몸은 외형이 아니라 기능을 수행하는 도구일 뿐이라는 '신체 중립주의(Body Neutrality)'가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마른 몸매에 대한 견고한 숭배 앞에서 이내 무력해지는 모양새다. 러닝 열풍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운동 대신 주사에 의존해 체중을 관리하려는 상반된 선택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비만이 아니어도 미용을 위해 비만 치료제를 찾는 기현상까지 벌어진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비만약이 많이 팔리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현실도 나타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5년 11월 기준 우리나라 성인의 비만율은 34.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인 3명 중 1명은 비만인 셈이다. 이처럼 마름과 비만이 동시에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 마른 몸은 더 이상 단순한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고가의 약물과 관리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을 증명하는 일종의 계급장이 됐다. 누구나 고열량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마름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만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 자본을 투입해 마름을 구매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저렴한 가공식품과 시간 빈곤에 내몰린 이들은 비만에 노출되는 신체 양극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마름 숭배가 아이들의 삶까지 파고 들었다는 것도 문제다. 한때 청소년 사이에서 번졌던 '프로아나(Pro-ana,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Anorexia'의 합성어)' 현상은 거식증을 질병이 아닌 취향,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며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는 몸을 위해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붙이게 했다. 거식과 폭식은 물론 우울증과 자해 같은 정신적인 문제로 이어졌다. 

[허프 생각] 13년 다이어트 유지했던 김신영의 행복한 요요 : 우리는 왜 허기진 삶을 버티고 있나
가수 이채연이 지난달 14일 유튜브 '캐릭캐릭 채연이' 채널을 통해 자신의 쇼핑을 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캐릭캐릭 채연이 LEECHAEYEON' 유튜브 채널

인간이 옷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옷이 인간을 선택하는 시대일까. 와이투케이(Y2K)패션의 유행으로 골반에 걸쳐 입는 로우라이즈 팬츠와 극단적인 마이크로 사이즈 디자인은 신체를 옷에 맞춰야만 하는 마름의 표준을 다시 세웠다. 매장에 진열된 한 뼘 남짓한 옷들은 특정 사이즈가 아니면 입을 자격이 없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단 하나의 선택지만 허용하는 원사이즈 열풍 속에서 탈의실에서 가장 큰 옷조차 맞지 않을 때 내 몸이 뭔가 잘못됐다는 죄책감까지 느낀다. 아동복 수준으로 작아진 옷에 억지로 몸을 구겨 넣는 대신 이제는 우리를 구속하는 그 좁은 기준에서 몸을 빼내야 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살을 빼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몸을 억눌러온 기준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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