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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은행 이사회 점검] 신한은행이 최근 이사회 개편을 통해 양자물리학 최고 권위자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소비자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파격적 혁신을 이뤄냈다.

하지만 화려한 혁신 이면에 신한금융지주와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사회 소위원회 구조가 유지되면서,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완벽한 독립성 확보라는 과제도 함께 남게 됐다.

[K-은행 이사회 점검] 신한은행 이사회 양자물리학 권위자 영입과 소비자위원회 신설 혁신 : 지주사와 정상혁 행장 '입김'은 한계
신한은행 이사회가 '미래 금융'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정상혁 신한은행장. ⓒ허프포스트코리아

◆ 소비자위원회 신설과 '양자역학' 권위자 영입으로 꾀하는 미래 금융

신한은행은 최근 이사회 개편을 통해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소비자위원회’를 신설했다. 소비자 보호를 단순히 실무 단위에서가 아니라 이사회와 지배구조 차원의 논의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이는 역시 올해 주주총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한 우리은행, 예전부터 이사회 내에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두고 있었던 하나은행과 더불어 금융권에서 굉장히 선도적 조치로 평가받는다. 현재 경쟁사인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과 지방은행 등에는 소비자 관련 소위원회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번 이사회 개편에서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채은미 고려대학교 교수의 합류에도 금융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채 교수는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물리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 대학교에서 존 도일 교수에게 사사해 박사 학위를 받은 양자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대중에게 양자역학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저술 및 강연 활동은 물론, 각종 교양 예능과 유튜브 프로그램에도 꾸준히 얼굴을 비추며 대중적 친숙도도 매우 높은 인물로 꼽힌다.

신한은행이 전통적 금융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물리학자이자 양자역학 권위자인 채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은 다가오는 '양자 정보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양자물리학과 금융은 표면적으로는 낯선 조합이지만, 양자 컴퓨터와 양자 기술이 미래 금융 산업의 판도를 바꿀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은행의 디지털 및 ICT 전략과 신사업 분석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셈이다.

◆ 여전히 남아있는 이사회 운영 과제, 이사회에 드리운 '지주'와 '대표이사'의 그늘

다만 이런 파격적 개편에도 불구하고 신한은행 이사회가 여전히 ‘지주’의 그늘 속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신한은행은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감사위원회와 내부통제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소위원회(위험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 소비자보호위원회) 모두에 사외이사가 아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특히 경영진을 객관적으로 견제하고 후임자를 평가해야 할 핵심 기구인 임추위, 보수위, 위험관리위원회에 모두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인 이인균 비상임이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특기할만 하다. 

은행 이사회의 주요 의사결정 및 감시 과정에 지주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ESG기준원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따로 두지 않고 임추위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다는 것을 살피면 사실상 해당 권고 사항과 신한은행의 이사회 운영 사이에는 괴리가 있는 셈이다. 

물론 은행이 지주사의 100% 완전 자회사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ESG기준원의 지배구조 모범규준 역시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일 뿐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국민은행과 '리딩뱅크'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전국민의 금융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은행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사회는 경영에 대한 감시 목적을 수행하는 기구라는 점에서 이사회가 지주사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모든 이사회 내 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거나, 감사위원회 및 내부통제위원회 등에 한해 상임감사위원 한 명이 포함되는 형태로 운영되며 지주사로부터 은행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ESG위원회와 소비자위원회에 정상혁 은행장(대표이사)이 직접 들어가 있다는 점 역시 특징적이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ESG 경영과 소비자 보호를 챙기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될 여지도 있지만, 이사회의 본질적 역할이 '경영진의 업무 집행에 대한 감독과 견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셀프 검증'의 모순 때문에 이사회가 경영진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기 힘들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주사 임원(비상임이사)이 이사회에 참여해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조율하고 위험을 통합 관리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은행이 지주에게 지나치게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가치도 중요하다"며 "'이사회 독립성'과 '그룹 경영의 효율성'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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