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유럽이 문명을 지킬 능력을 상실했다며 유럽 대신 평화를 지키는 '평화의 수호자'로 자처했다.
그는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으로 재임 중 부패 협의로 기소된 총리인데, 최근에도 전쟁을 이유로 재판을 연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25년 9월1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13일(현지시각) 추모일 연설에서 "오늘날 유럽은 깊은 도덕적 나약함에 시달리고 있다"며 "홀로코스트 이후 너무 많은 것을 잊은 유럽을 이스라엘이 대신 방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이스라엘 국내 매체인 타임즈오브이스라엘가 보도했다. 그는 이어 "유럽은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고, 야만에 맞서 문명을 수호할 책임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유럽은 우리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며 "특히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는 도덕적 기준을 배워야 한다"며 "진실의 순간에는 선과 생명을 위해 전쟁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설에서 이란의 핵시설을 나치 수용소에 빗대고,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세계를 방어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휴전 중인 이란전쟁을 두고 '이란 핵시설 제거를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란전쟁은 자신의 부패 혐의 재판을 늦추는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다수의 외신은 다비드 지니 정보기관 국장이 11일 법원 행정처 법률 고문에게 전달한 서한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법정 출석이 어렵다는 보안 우려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지니 국장은 해당 서한에는 "재판 일정이 사전에 공개될 경우 이란 요원들이 이를 암살 기회로 악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와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실제로 재판을 연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고 "사실상 '자기 사람'을 동원한 재판 지연"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임 정보기관 수장이었던 로넨 바르 역시, 과거 네타냐후 총리가 안보를 이유로 재판 연기에 유리한 의견서를 자신에게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한 적이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19년 뇌물수수, 사기, 배임 등 세 가지 혐의로 기소됐으며, 재판은 2020년 5월부터 시작됐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증거 제출 문제, 재판부 일정,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 등 여러 이유로 재판은 수차례 중단됐다. 그는 전쟁 수행을 이유로 주 3회였던 출석 횟수를 주 2회로 줄여달라고 요청해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란전쟁을 자신의 재판을 지연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는, 나아가 재판을 막으려 이란전쟁을 일어켰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